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은 이 대표가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아마도 부산 방문 중 흉기 습격을 당한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이재명 피습 음모론’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을 들은 민주당 의원들이나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음모론 주장을 더욱 확산시켜 나갈 듯하다.

이 대표 말은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마치 습격에 배후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이는 선동에 가깝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며 “모두가 놀란 이번 사건은 증오와 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상생하는 정치로 복원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그의 말은 상생이 아닌 대결로 바뀌었다.

이 대표 목숨을 노린 피의자의 칼날을 법이나 언론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은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법이나 언론은 결코 이 대표를 죽이려 한 것이 아니다. 죄가 있으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언론은 비판할 수 있다. 여기에 제1 야당 대표인 이 대표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과 ‘선거법 위반’ 등 7개 사건에서 10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 혐의에서 ‘위중 교사’를 뺀 나머지는 이미 문재인 정부 때 수사가 시작됐다. 그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사법 시스템에 따라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부터 “언론들이 특정한 의도를 갖고 우리를 비판한다. 언론 환경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해왔다. 하지만 언론은 이 대표를 표적으로 삼지도 않고 범죄의혹과 정책에 대한 비판을 했다. 물론 윤석열 정권도 말과 행동이 다를 경우 함께 비판했다.

법, 펜, 칼을 한데 묶은 이 대표 의도는 다분히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케 한다. 민주당은 16일 국회에서는 ‘당대표 정치테러 은폐 수사 규탄대회’를 열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 사건이 ‘민주당의 자작극’, ‘대통령 음모론’으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바로 경찰에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따지겠다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단독 소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음모론 등 정쟁을 부추기려 해서는 안 된다. 서로를 악마화하는 극단 대립을 극복하고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로 만들기 위해선 이 대표부터 달라져야 한다. 민심은 총선 때까지 이 대표의 모습을 보고 판단을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