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전 무슬림 2천명 숨진 유혈 충돌 장소
높이 49m·넓이 29만㎡… 약 3200억원 투입

모디 총리, ‘람 만디르’ 사원 개관식 주재해
야권 “종교행사 정치적으로 악용” 비판 가해

22일 인도 아요디아에서 힌두교의 람 경에게 헌정된 사원 개관식에서 청중의 모습.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모스크 폐허 위에 세워진 논란의 여지가 있는 힌두사원 개관식을 이끌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힌두교 유권자들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행사가 아요디아시에서 열렸다. (출처: AP=연합뉴스)
22일 인도 아요디아에서 힌두교의 람 경에게 헌정된 사원 개관식에서 청중의 모습.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모스크 폐허 위에 세워진 논란의 여지가 있는 힌두사원 개관식을 이끌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힌두교 유권자들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행사가 아요디아시에서 열렸다. (출처: AP=연합뉴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인도 최대 종교 분쟁지인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서에서 22일(현지시각) 대형 힌두교사원 축성식이 열렸다. 29만㎡의 넓은 터에 49m 높이의 돔을 이고 있는 이 사원은 ‘람 만디르 사원’이다. 이 사원을 짓는 데만 약 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200억원)가 투입됐다고 한다.

사원 개관 소식에 힌두교인들은 일제히 기뻐했다. 반면 이슬람교 무슬림들은 불안에 떨었다. 이곳은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갈등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16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가면, 1528년 인도를 지배한 이슬람 국가 무굴제국이 이곳 힌두교 사원을 허물고 이슬람사원(모스크)를 세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힌두교도들은 힌두교 신 중 하나인 라마신이 태어난 성지를 허물었다며 이 모스크를 허물고 라마신 사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500년간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특히 1992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정당이자 힌두민족주의를 내세운 인도국민당(BJP) 선거에서 제1당에 오르면서 종교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 속 힌두교도 20만명은 이슬람교도 2000명을 죽이고, 아요디아의 모스크를 파괴하는 사건까지 벌였다. 이를 아요디아 참사라고 한다.

파괴된 아요디아 사원 권리를 놓고 힌두교도와 무슬림 사이에서는 법정 다툼이 일었다. 그러다 인도 대법원은 2019년 이곳을 힌두교 부지로 인정, 힌두교 사원의 건설을 허용했다. 이후 3년여 건축 끝에 이 사원이 들어섰다. 1단계 완공에 맞춰 이날 개관식을 열게 됐고, 2단계인 최종 완공은 내년 12월로 예정돼 있다.

22일 인도 아요디아에서 힌두교의 람 경에게 헌정된 사원 개관식에서 청중의 모습.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모스크 폐허 위에 세워진 논란의 여지가 있는 힌두사원 개관식을 이끌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힌두교 유권자들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행사가 아요디아시에서 열렸다. (출처: AP=연합뉴스)
22일 인도 아요디아에서 힌두교의 람 경에게 헌정된 사원 개관식에서 청중의 모습.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모스크 폐허 위에 세워진 논란의 여지가 있는 힌두사원 개관식을 이끌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힌두교 유권자들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행사가 아요디아시에서 열렸다. (출처: AP=연합뉴스)

◆축성식 이끈 모디 총리… 3연임 ‘승부수’

“정의가 이뤄졌고, 자부심이 회복됐으며, 기다리던 영광스러운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날 축성식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끌었다. 인도 내부에서는 올해 4∼5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모디 총리가 선거 캠페인을 본격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힌두 국가 건립을 표방한 인도인민당의 모디 총리는 2014년 총리에 올라 2019년 연임에 성공, 오는 4월 시작하는 총선에서 3선을 노리고 있다.

때맞춰 개관한 람 만디르 사원은 모디 총리의 정치적 승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니란쟌 무코파댜이 언론인은 VOD와의 인터뷰에서 “모디 총리는 지난 40년간 주장해왔던 사원을 전해준 지도자로 보여질 것”이라며 “힌두 민족주의자든, 문화적 민족주의자든 뭐라고 불리든 간에 힌두교는 분명히 모디 총리와의 인도국민당의 정치적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인도 야권은 모디 총리가 종교행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디 총리가 힌두교 사원 축성식에 간 당일,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 외교부는 “바브리 모스크를 파괴한 자리에 힌두사원을 지은 것은 인도가 다수(힌두교도)를 위한 사회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인도 무슬림들을 사회적·경제적·정치적으로 소외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파괴된 모스크 부지에 세워진 사원은 앞으로 인도 민주주의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약 15억명에 달하는 인도 인구 중 80%는 힌두교이며 15%는 무슬림으로 1억 7000만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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