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화천산천어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화천산천어축제에는 개막일인 지난 주말 이틀간 18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국전쟁 때 중공군이 내려온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모여든다는 강원도 화천에는 얼음 구멍에 낚싯줄을 던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가 된다. 3주 동안 180만명이 방문하고, 산천어 80만 마리가 걸려 나온다.

화천산천어축제는 지방자치단체 관광산업의 모범이자, 국내 최대 축제로 성장했으며 세계 7대 불가사의 행사 중 하나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약 80만 마리가 소비되는 화천군에는 산천어가 서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축제가 열리는 화천군에는 산천어가 살지 않는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산천어는 강원도 영동지역에만 서식하는 물고기로 바다와 멀리 떨어진 영서지역인 화천에서는 살지 않는다.

이맘때 등장하는 산천어는 오로지 유흥·오락 목적의 축제를 위해 전국의 양식장에서 공수해 축제장의 얼음 밑으로 쏟아부은 물고기다. 대부분 경북 울진, 양양, 강릉 등 전국 18개 지역 양식장에서 공수한 외래종 및 교잡종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렇게 투입된 산천어들은 하루 수천명이 드리우는 얼음낚시 미끼를 물고 잡혀죽거나, 홀치기바늘에 몸통이 찔려 올라와 죽거나, 혹은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 속에서 굶고 쇠약해져서 떼죽음으로 생을 마감한다.

실제 산천어축제에 투입된 물고기 대부분은 일반적인 낚시 형태가 아닌 눈, 아가미, 아랫배, 턱, 꼬리에 바늘이 박혀있고, 몸의 여기저기가 찢긴 채 건져 올려진다. 굶고 지친 산천어는 헤엄치다가 미끼를 물고, 그날 안에 생선구이가 되는 것이다.

산천어를 수조에 가두고 맨손, 맨발로 참여한 사람들에 의해 물 위로 들어 올려져 질식사당하게 하는 ‘산천어 맨손잡기’도 대동소이하다. 보기에 따라서 산천어축제의 실상은 비정한 동물 대량학살이자 시대를 거스르는 생명 경시의 장인 셈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산천어축제의 맨손잡기, 얼음낚시 프로그램이 산천어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유발하는 데다가 축제를 열기 위해 전국의 양어장에서 산천어들을 길러 이동시키기 때문에 반생태적이고 반환경적이라고 지적한다.

산천어축제는 오로지 유흥과 오락을 위해 수십만 마리의 생명이 단 몇 주 안에 죽어나가는 해괴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맨손잡기 등은 아이들이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법을 배우는 비교육적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이 크다.

원활한 행사를 위해 투입되는 산천어는 닷새 전부터 굶긴다고 한다. 수송 중에도 상당수가 죽고 여기서 살아남은 굶주린 산천어들은 양육장에 대기했다가 미끼가 모빌처럼 흔들리는 빙판 밑 수중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시멘트 수조에서 커온 1년여의 삶 끝에 그들이 처음 맛보는 자유이자 죽음인 셈이다.

산천어 맨손잡기에서는 참여자들이 죽어가는 산천어를 들고 기쁨의 환호성을 표현하며 기념사진을 찍거나 심지어 산천어를 입에 물고 나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동물의 극심한 고통과 죽음의 순간이 재미로 소비되는 순간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손꼽는 '맨손잡이 체험 행사'가 반생명적, 반생태적 행사의 절정으로 지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물의 극심한 고통과 죽음의 순간이 재미로 소비되는 일은 생명 존중 교육이 중요한 아이들에게 비교육적이며 생명 경시를 은연중에 가르칠 우려가 크다. 산천어축제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다루는 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우진 않을까?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다른 이의 고통에 무감각한 어른으로 성장할까 우려된다.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사람을 대할 때도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방학 기간 가족 단위 참가가 많은데,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약자에 대한 폭력과 학대를 체득할까 우려하는 지적도 여기에 있다.

세계적 영장류학자인 제인 구달은 산천어축제에 대해 “오늘 같은 시대에 여전히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고문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당연시된다는 것은 놀랍고 소름 끼치는 일”이라는 말을 했다. 이제 어류를 가두어놓고 학대하고 살육하는 천편일률적 축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축제로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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