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2023년이 관측 사상 지구 표면 온도가 가장 높은 해였다고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가 발표했다.

C3S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가뭄, 산불 등이 심해지면서 지난해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48도 높았다고 밝혔다.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1.5도 제한선에 거의 다다른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 또한 지난해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45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엘니뇨가 더해져 2023년 기온이 더욱 상승했다고 한다. 상승폭 1.45도는 국제사회의 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 제한 목표와 0.05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오차 범위 ±0.12도를 감안하면 이미 전지구적 기온이 1.57도 상승해 마지노선을 넘겼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이를 2023년이 기록상 가장 따뜻한 해였음을 세계기상기구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무튼 이에 따르면 기후위기 마지노선인 1.5도를 넘어서는 시점이 가깝게는 올해가 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그동안 전 지구 월 평균 기온 상승폭이 1.5도를 넘어선 경우는 있었지만 연 평균 수치를 넘어선 적은 없었다. 그야말로 사태가 심각하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역시 최고 더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제임스 핸슨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엘니뇨 현상으로 증폭되면서 올해 5월 기준 '연평균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섭씨 1.6~1.7도 높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기록을 또 경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핸슨 교수는 엘니뇨 현상이 약화한 이후에도 몇년 동안 지구 기온 상승폭은 여전히 ‘1.5도’ 상한선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했다. 빙하 면적이 줄어들면서 지구 표면 중에서 햇빛을 반사하는 면적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로 인해 흡수 열과 반사 열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이는 지구를 계속 가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지구 에너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2030년대의 온도 상승 폭은 2도를 넘게 될 것”이라고 경고 했다. 참고로 핸슨 교수는 1988년 미 의회에서 온실 효과에 따른 위기를 처음 경고하면서 지구 온난화 연구 선구자로 꼽히는 학자다.

과학계에서 핸슨 교수의 주장에 대한 부분적 이견은 있지만 대체적으로 최근 몇 년간 지구가 급격히 더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2030년대가 아니라 2020년대에 1.5도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고 한다.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는 과학자들이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수치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목표를 설정했지만 최근 기후변화가 가속하면서 ‘1.5도’ 상한선이 깨지는 시점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그래도 국제사회는 여전히 굼뜨기만 하다. 지난해 말 두바이에서 개최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산유국들의 강력한 반발에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는 포함되지도 못하고 논란 끝에 ‘탈화석연료 전환’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합의문만 채택했다. 심지어 올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릴 COP29의 의장으로 화석에너지 기업 임원 출신이 지명돼 “퇴행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기도 하다.

유엔(UN)은 “기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가지고 지금 행동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우리는 여전히 최악의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지만 이는 우리가 전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고, 기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목표를 가지고 지금 행동할 때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흔히 우리는 기억이 우릴 정의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 인간의 정체성은 기억이 아니라 ‘행동’이다. 지금 이 순간 기후행동! 더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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