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다섯달째 3%대
가계부채도 8개월 연속 증가
부동산 PF에도 인하 안 할 듯
이르면 7월 금리 내릴 가능성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11.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11.30.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오는 11일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8회 연속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건설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불안이 고조되고 있지만, 전체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진 것은 아닌 만큼 한은이 금리 인하로 대응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3%대에 달하고 있고, 가계부채가 꺾이지 않는 등 한국은행이 조기 금리 인하를 선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참가자들은 작년 2월부터 이어져 온 동결 기조가 이번 금통위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금리를 낮출 만큼 물가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2%를 기록하며 전월(3.3%) 대비 소폭 둔화됐다. 앞서 물가 상승률은 작년 6~7월 2%대까지 내려갔다가 8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누적된 비용 압력 등 탓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물가가 추세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면서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다고 보고 있다.

가계부채는 8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91조 9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 4천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직전월(6조 7천억원) 대비 둔화됐지만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금통위 직전인 오는 10일 ‘2023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통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달 5대 은행에서 가계대출 잔액이 2조 238억원 증가한 만큼, 이달 역시 가계부채가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PF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최근 부각되면서 금리 인상도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말 국내 시공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무리한 부동산 PF 사업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서는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주요 건설사들 가운데 롯데건설(212.7%), 현대건설(121.9%), HDC현대산업개발(77.9%), GS건설(60.7%), KCC건설(56.4%), 신세계건설(50.0%) 등이 작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가 50%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대규모 회사채 만기를 맞는 점도 재무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건설사들의 회사채 규모는 약 2조 3700억원 수준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한은은 이번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PF 우발채무 우려가 롯데건설에도 제기됐다는 질문에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준의 금리인하를 확인한 뒤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FOMC)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96.7%에 달한다. 3월 금리 인하 확률은 73.8%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시점은 대체로 하반기 이후, 이르면 7월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안착, 내수 부진 등을 확인한 뒤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연말까지 금리 인하 예상 폭은 0.5%p부터 1.0%p까지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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