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여개국서 전국 선거 실시
역대 최대 기록… 2024 내내 이슈
전 세계 인구·GDP 40% 차지 비중

대만 총통 선거, 미·중 사이 변곡점
전 세계 시선은 11월 미국 대선에
결국 트럼프 vs 바이든 구도 전망

이란·러는 권위주의·독재 강화 우려
‘최다 인구’ 인도 모디 총리 3선 도전
아프리카 10여개국에서도 선거 치러

(출처: 뉴시스, 연합뉴스)
(출처: 뉴시스,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구촌이 큰 변화를 겪으며 2020년대의 중간 지점에 다다랐다. 전쟁, 팬데믹, 경제적 격변, 국가 및 국제적 차원의 정치권력 변화 등은 세계가 2020년 이전과 훨씬 달라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주요 사건들은 계속해서 세계의 질서와 사회를 재편하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가장 많은 뉴스를 장식할 주제 중 하나는 선거다. 올해 세계 50개 이상의 나라와 지역에서 주요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선거는 경제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세계 경제가 직면한 핵심 과제는 물론 인플레이션이다.

태평양 도서국들을 포함한 많은 세계 시민들에게 중요한 의제는 환경이다. 기후 비상사태의 영향을 완화해야 할 필요성은 올해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음은 본지가 뽑은 올해 주목되는 주요 소식 1편 ‘선거’.

◆세계 10년 진로 결정할 50개국 선거

2024년 전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으로, 올해 여러 국가에서 치러지는 선거는 전 세계 권력 균형의 변화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선거를 치르는 이번 40개국은 인구 기준 전 세계의 41%, 국내총생산(GDP)의 4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주목되는 선거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인도, 영국, 러시아, 대만, 유럽연합(EU) 등의 대통령선거와 총선이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이 선거들은 큰 영향을 끼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대만 여당의 총선 3연패, EU에서 극우파의 강력한 부상 등은 모두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좌와 우, 여당과 야당, 어느 쪽이 승리하든 올해와 앞으로 10년 이상 세계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하다.

올해 주요 선거의 상황은 세계 민주주의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도 보인다. 독립 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작년 보고서에서 세계 자유도가 17년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어떤 선거는 공개적이고 자유로우며 공정하게 진행되는 반면 어떤 선거는 독재자들에 의해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대선과 같이 투명한 ‘가짜선거’는 제쳐두더라도,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들의 지지자들이 패배를 뒤집으려고 시도한 의회 반란과 같은 사건이 또 벌어질지 우려도 나온다.

대만 총통을 뽑는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독립 성향의 민진당 우세 분위기에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친(親)중 성향의 국민당 총통 후보인 허우유이(오른쪽)와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대만 총통을 뽑는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독립 성향의 민진당 우세 분위기에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친(親)중 성향의 국민당 총통 후보인 허우유이(오른쪽)와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새해 포문 여는 대만 총통 선거

올해 선거의 포문은 대만(오는 13일)이 연다. 대만은 인구나 경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섬이다.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이 다시 승리한다면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강화할 수 있고 친(親)중 성향의 국민당이 승리할 경우에도 변화는 확실하다. 이 중 하나는 국방력 강화에 투자를 제한하는 정책인데, 중장기적으로 대만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과의 통일을 자신의 정치 프로젝트의 필수적인 목표라는 신호를 분명히 보낸 바 있다. 그는 군대에 2027년까지 새로운 수준의 작전 능력을 갖추라는 명령도 내렸다. 그럼에도 중국이 피차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되는 대만과의 분쟁을 피하고 싶어한다는 사실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대만 선거의 결과는 다른 나라의 대선과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데에도 허덕이고 있어 대만의 수호자 역할까지 가능할지 시선이 집중된다.

◆세계 선거의 하이라이트, 美 대선

오는 11월 5일에 있을 미국 대선은 파괴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여론조사 대결에서도 항상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실제 백악관에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보수 진영은 2020년 대선 패배와 이를 뒤집으려는 트럼프의 당혹스러운 반응 후 어떻게 국면을 전환해야 할지 몰랐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를 견제할 만한 후보를 내놓지 못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령의 나이와 40년 만의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전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간다면 이는 위험을 수반하는 미국과 세계의 변화를 의미할 것이다. 라이벌 강대국들이 미국이 만들어낸 세계 질서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고립주의로 향하는 발걸음이 될 수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고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분명하게 약속했으며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안보와 무역 관계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는 등 전통적인 미국 동맹 네트워크를 되살리려고 노력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과 같이 ‘미국 우선주의’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 있다. 자국의 현재 이익에 집중하며 먼 미래에 대한 노력과 비용은 제한하는 게 골자다. 대만이 공격을 받는다면 지원에 나설 것인지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재정 및 안보 보장을 유지할지 유무조차 의문이다.

[AP/뉴시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이 지난 3월12일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5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각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이 지난 3월12일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5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각 연설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더 더?… EU 의회 선거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크로아티아, 핀란드에서 각각 선거가 있고 오는 6월 유럽의회는 27개 EU 회원국 전체에서 선거를 실시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새로운 의회 구성이 결정되며 EU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다수당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주목되는 점은 유럽의회에서 민족주의, 반이민, 외국인 혐오 등을 앞세운 극우 정당들의 부상이다. 문제의 핵심은 포퓰리스트 그룹과 극우 그룹이 궁극적으로 연합해 대안 과반수 의석을 형성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극우 정당의 지지율은 상승하는 추세에다가 작년 12월 폴리티코가 발표한 의석 전망에 따르면 극우파와 온건파의 차이는 약 20석(전체 720석)에 불과했다.

유럽의회에서 우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강경 우파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변수도 커진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같은 특정 문제에서 우파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극우파 의원이 많아지면 중도 우파도 영향을 받아 환경 규제에 대해 더 강경한 담론을 펼치게 될 수 있다. 또 EU 회원국 12개 후보국의 가입을 승인하거나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한편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와 침략국인 러시아 모두 3월에 선거를 치른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전쟁과 계엄령으로 인해 투표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선거 실시 여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승리 외에는 어떤 결과도 기대하기가 어렵다. 다만 전쟁 중인 양국이 모두 같은 기간 대선을 치른다면 어떤 정치적 선동도 내분을 일으킬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구 최대’ 인도에서도 총선

남아시아로 눈을 돌려 파키스탄과 인도에서는 민족주의와 긴장이 만연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자 미국의 파트너인 인도에서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3선에 도전한다.

모디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인도는 상당한 경제 성장을 달성하고 지정학적 영향력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디 총리가 추진하는 힌두 민족주의는 소수자, 특히 약 2억명의 무슬림과 2억명의 달리트(힌두 카스트 제도의 하위 계급)의 안전에 대한 막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 비판자들과 국제 인권 단체들은 모디 정부가 인도의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 위기와 정치 지도자 체포 및 암살 미수 등 높은 정치적 긴장에 시달리는 핵보유국 파키스탄도 입법부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의회가 해산된 후 90일 이내에 선거가 치러졌어야 하지만 두 차례나 연기됐다. 선거는 오는 2월이다.

인구가 약 2억 4천만명에 달하는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엄청난 전략적 깊이를 지니고 있다. 양국의 관계는 인도의 가장 큰 관심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30일 인도 아요디아에서 열린 신공항 및 기차역 개장식 전 로드쇼에서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30일 인도 아요디아에서 열린 신공항 및 기차역 개장식 전 로드쇼에서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남아공 30년 집권 바뀔까

이외에도 인도네시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많은 국가들의 선거가 예정돼 있다.

멕시코에서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데, 그의 동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전 멕시코시티 정부 수반)이 좌파 지도자의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정당이 집권할지는 불분명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인기가 높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위도도 대통령은 명시적인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부통령 후보로 세우기 위해 선거법을 바꾼 것으로 보아 입장은 확실해 보인다.

이 덕분에 36세인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은 기브란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의 러닝메이트로 뛰고 있으며 지지율 1위를 유지 중이다.

일본에선 9월 예정된 집권여당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 따라 총리가 바뀐다.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로 3월 조기 사퇴설이 나오고 있는데, 임기를 채우더라도 9월에는 물러나야 한다.

영국에서도 가을 총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 열세에 있는 현 보수당은 야당인 노동당과 맞붙게 된다. 경제 정책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각 정당이 영국-EU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있지만, 어느 쪽이 이기든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인 남아공에서도 선거가 실시된다.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집권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1994년 이후 계속 집권하며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30년 집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프리카에서는 알제리, 튀니지, 가나, 르완다, 나미비아, 모잠비크, 세네갈, 토고, 남수단도 올해 선거를 치른다.

이란에서도 입법부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권력은 주로 대통령이 아닌 최고 지도자에게 있지만, 이번 선거는 대중의 불만에 시달리는 정권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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