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못한 인요한 혁신위, 조기 해체키로… ‘용두사미’로 끝난 與혁신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주류 희생을 촉구했으나 제풀에 지친 모양이다. 혁신위는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지도부에 질려 조기 해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혁신위에서 제출하는 마지막 안건을 어떻게 대처할지도 이목이 쏠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오늘로 혁신위 회의를 마무리한다”며 “다음주 월요일에 (혁신안을) 보고한 후 혁신위 활동은 다 종료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요한 혁신위 임기는 오는 24일까지지만 2주 정도 빠르게 해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개각을 혁신위 끝나기 전 일찍 단행해서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서 대통령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김기현 대표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혁신위원장을 맡게 되는 기회를 주고 또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표했다. 그는 혁신위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국민이 뭘 원하는지 잘 파악해 우리는 50%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며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걸로 모든 공식적인 일정을 마치고 월요일에 혁신위 마지막 안을 올리고 백서를 만들면서 끝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그간 지도부를 향해 중진·친윤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과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를 줄기차게 외쳤다.

하지만 해당 요구는 중진 의원들의 반발 속 국민의힘 지도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흐지부지됐다.

김 대표가 “혁신을 위한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혁신위는 지도부의 묵묵부답으로 혁신 동력이 잃어가는 상황이다. 혁신위는 1~5호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지도부에서 받아들인 안건은 당내 통합을 위한 1호 혁신안 ‘징계 취소’뿐이었다.

이에 혁신위는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해 조기 해체한 것으로 풀이된다.

급변하는 국회 상황도 혁신위의 이 같은 결정에 한몫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쌍특검(김건희 여사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법안,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내년도 예산안 합의 불발 등 쟁점 요소가 산적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안에 신경을 쓰기가 상당히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당력을 하나로 모아 거대 야당의 폭주를 저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혁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김기현 지도부는 오는 11일 혁신위 마지막 안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민의힘은 혁신위 해체 후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해 본격 총선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은 이르면 12월 중순에서 늦으면 12월 말까지 공관위를 출범하겠다는 방침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연말 연초를 지나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논의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결국 공관위한테 이제 칼자루가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관위에 이어 선대위가 출범할 텐데 사실상 당권의 향배가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