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한영 정상 미래 협력 ‘합의’

AI·방산 등 분야서 31건 MOU
영국 기업과 2700억 규모 계약

향후 과학기술·무역·에너지 등
3대 분야 45개 과제 이행키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열린 리시 수낙 총리와의 한영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열린 리시 수낙 총리와의 한영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핵심요약]

◆수교 140주년 맞은 한영 관계

140주년을 맞은 한국과 영국의 관계는 경제, 미래 협력 등을 망라한 분야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지난 2013년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한 지 10년 만이다. 경제·미래·국방·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우닝가 합의’로 얻은 것들

양국은 ‘다우닝가 합의’와 정상회담을 통해 과학기술·무역투자 등 26개, 미래 11개, 국방·안보 8개 등 3대 분야에 걸쳐 총 45개 과제를 이행키로 했다. 당장 그 자리에서 에너지·AI·방산 등 분야에서 기업·기관 간 31건의 MOU가 맺어졌다. 양국 기업 간 약 2700억원 규모의 계약과 양국 정부, 그리고 기업·기관 간 9건의 원전협력 MOU가 성사됐다. 무역·투자 분야에선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개시가 선언됐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양국이 혈맹의 동지이기 때문에 경제 협력이라든지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 우리가 못 할 일이 없다” “앞으로 (한국과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

최근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이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街) 10번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나눈 대화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수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과 영국의 관계는 경제, 미래 협력 등을 망라한 분야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지난 2013년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한 지 10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총리 양 정상은 이를 골자로 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에 서명하면서 “합의를 통해 양 국가, 경제, 국민 간의 관계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목표치로 격상될 것이며, 이는 이번 세기와 그 이후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본지는 국방·안보·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것들을 얻었는지 살펴봤다.

◆한영 정상 ‘다우닝가 합의’ 채택

3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영국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수출액 63억 달러(20위), 수입액 85억 달러(27위) 규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영국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가 발원한 나라로 세계 외환과 파생거래 시장점유율 1위의 금융 강국으로 꼽힌다. 수도 런던은 미국 뉴욕과 함께 세계금융 중심지의 지위를 꿰차고 있다. 최고 수준으로 격상된 양국의 관계가 앞으로도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다우닝가는 영국 총리와 재무부 장관의 공식 거주지와 외무부와 내무부 등이 있는 영국 정부를 대표하는 거리를 말한다. 그중 10번지는 과거 1735년부터 영국 총리의 공식 거주지로 이용되는 곳이다. 그만큼 지난 288년 동안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들이 이곳에서 내려졌다.

찰스 3세 국왕 즉위 첫 국빈으로 영국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리시 수낵 총리와 ‘다우닝가 합의’에 이른 장소도 바로 이곳이다. 양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하고 경제(과학기술·무역투자 등 26개)·미래(11개)·국방 및 안보(8개) 등 3대 분야에 걸쳐 총 45개 과제를 이행키로 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한·영 합의문서인 '다우닝가 합의' 문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23.11.30.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한·영 합의문서인 '다우닝가 합의' 문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23.11.30.

◆과학기술·에너지 등 총망라

경제 쪽 과학기술 분야에선 ▲디지털 파트너십·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우주 협력 MOU 체결▲양자기술·합성생물학 분야 협력 ▲차기 ‘미니 화상 인공지능(AI) 안전성 정상회의’ 공동 개최 등 AI 분야 협력이 이뤄졌다. 한국은 이를 통해 과학기술 강국인 영국과 미래를 선도할 첨단 과학기술의 협력 확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에너지 등 미래 분야에선 청정에너지 파트너십·해상풍력 MOU 체결, 원전 분야 광범위한 협력, 탄소 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지, 2050 탄소중립 달성 협력,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 체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재정기여 증대 합의 등이 포함됐다.

그중 원전 분야는 반도체와 함께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다. 이에 반해 영국은 목표대비 17기가와트(GW)에 달하는 원자력 발전 용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세부적으로 오는 2050년까지 24GW 목표대비 현재 가동되는 원전 발전량은 7GW 수준이다. 이에 그동안 영국 정부와 원전 산업 협력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온 한국 정부는 현지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회사 등과 관계망을 구축, 독자적인 수출까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업·기관 간에는 에너지·AI·방산 등 분야에서 31건의 MOU가 맺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효성중공업·경동나비엔 등은 영국 기업과 약 27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양국 정부, 그리고 기업·기관 간에 9건의 원전협력 MOU가 성사됐다.

아울러 양국은 청년 간 인적 유대를 높기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나이 상한을 30세에서 35세로 상향 조정하고 대상 인원도 1000명에서 5000명 규모로 확대된다.

◆FTA 개정 협상도 착수

특히 무역·투자 분야에선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개시가 선언됐다.

윤 대통령은 FTA 협상에 대해 “양국의 경제 협력 부분을 우리가 보편적 규범으로 잘 정립을 해서 한국과 영국 양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함께 리드해나가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수낵 총리는 “한국 기업들이 영국에 약 200억 파운드의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한 투자 규모야말로 한국 기업이 영국에 가진 신뢰의 증거”라고 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소 전경 (제공: 한국남동발전) ⓒ천지일보 2021.6.4
탐라해상풍력발전소 전경 (제공: 한국남동발전) ⓒ천지일보 2021.6.4

특히 이번 정상회담과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 양국 정부 간에는 반도체 협력 MOU, 방산 공동수출 MOU 등 6건이 체결됐다. 한국이 강국으로 평가받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양국 간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수출 품목으로는 전기차와 기타 자동차(28.6%), 무선전화기(7.9%) 등이 상위로 꼽혔다. 모두 반도체가 들어가는 분야다.

◆한영 경제금융대화 발족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렀던 금융 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먼저 기획재정부와 영국 재무부는 내년 한영 경제금융 대화체를 발족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국은 거시경제 안정, 재정정책과 금융시장, 경제안보 등 여러 이슈를 폭넓게 논의해 최고조로 치솟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경제안보 리스크에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양국 간 새로운 금융 협력 프레임워크가 구축된다”며 “영국과 정부 대 정부(G2G) 간뿐만 아니라 민간도 참여하는 금융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재부와 영국 기업 통상부는 전략적 투자 협력 채널도 꾸리기로 합의했다. 이 채널을 통해 양국에 투자·진출하는 기업과 금융기관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어려움을 해소함으로써 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투자와 상호 진출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양국은 한영 상호 투자 협력 채널 구축, 공급망 대회 개최, 세관 상호지원협정 체결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잇단 전쟁과 디커플링(산업망·공급망 등에서 배제하는 전략)으로 어느 때보다 세계 공급망이 불안정해진 가운데 이를 다변화하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다.

◆국제협력 사업에도 ‘맞손’

양국은 공적 개발원조(ODA) 등 국제개발 협력 분야에서도 손을 맞잡았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과 만나 ‘한·영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을 맺었다.

ODA는 선진국 정부나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증진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개도국 또는 국제기구에 공여하는 증여 및 양허적 성격의 차관을 말한다. 증여는 무상원조, 양허성 차관은 유상원조라고도 한다.

한국과 영국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공통 관심 분야인 디지털, 기후·환경, 보건, 민간 협력·개발금융, 여성 부문에서 협력을 추진한다. 국제개발 파트너십, 개발 경험 공유 및 역량 강화, 다자체제 내 협력이 3개 축이다.

기재부 측은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양국 관계의 지평을 확대하고 개도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 지원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정부는 영국과 함께 전략적 가치를 공유하는 주요 공여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ODA의 외연을 확장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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