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생숙 준주택 인정 불가, 이행강제금 부과처분은 유예”
정상적인 숙박업 신고하거나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이뤄야
각종 세금제도 적용 없어 인기였던 생숙, 애물단지로 전락
정부 “주거용 부적합”… 생숙 소유자들 “법적 대응 지속”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3.9.19 (출처: 연합뉴스)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3.9.19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정부가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처분을 내년 말까지로 1년 2개월가량 유예했지만, 처분 취소가 아니라 처분을 미루는 것에 불과해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생숙은 한때 ‘부동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 살펴봤다.

앞서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지난 25일 생숙의 숙박업 신고 계도 기간을 부여하고, 이행강제금 처분을 오는 2024년 말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때 한시적으로 적용되던 특례는 내달 14일부로 종료된다.

내달 14일까지 오피스텔로 전환하지 못하면 숙박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이행강제금은 내년 말부터 부과된다. 내달 이후에도 건축법에 따른 용도변경이 가능하지만, 사실상 특례 적용 없이 오피스텔 전환은 어렵다.

국토부는 이행강제금 유예에 대해 “주차장 문제, 학교 과밀 등 인근 주민의 민원과 생숙을 숙박시설로 정상 사용 중인 준법 소유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피스텔 용도변경 특례를 한시적으로 부여했던 것에 대해선 “코로나 탓에 정상적인 숙박업 영업이 불가능했기에 퇴로를 열어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아파트 대체재로 투자수요 몰려

생숙은 숙박시설이지만 고시원, 기숙사 등과는 다른 형태다. 외형만 놓고 보면 아파트, 오피스텔, 호텔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곳도 있고, 경기도 외곽에는 펜션, 단독주택 형태도 있다. 생숙은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취사도 가능한 숙박시설로 ‘레지던스 호텔’로 불리기도 한다.

생숙은 당초 외국인 관광객이나 우리나라에 들어온 장기 출장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 2020~2021년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자 ‘부동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으며 투자 수요가 몰렸다.

생숙은 청약 통장 없이도 분양받을 수 있다. 또한 당첨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도 빠진다.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기본적으로 생숙은 준주거지역, 상업지역에만 지을 수 있지만, 조례로 정하는 경우 자연녹지지역, 계획관리지역, 준공업지역 등에도 자리잡을 수 있다. 각종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물론 신설하는 데도 비교적 제약이 적었던 셈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생숙 사용 승인은 지난 2015년 3483실에서 2017년 9730실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2021년 사용 승인은 1만 8799실로, 2015년 이후 6년 만에 5.4배가량 급증했다. 사용 승인된 생숙이 매년 늘면서 전국에 분포된 생숙의 전체 규모는 현재 총 18만 6천실로 추산됐다.

이처럼 생숙에 투기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지난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을 하도록 규제했다. 또한 이를 어기면 건축법 위반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키로 했다. 이에 생숙 신규 사용 승인은 지난해 9350실로 감소했다.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생활형숙박시설(생숙) 사용승인 건수. (자료: 국토부) ⓒ천지일보 2023.09.27.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생활형숙박시설(생숙) 사용승인 건수. (자료: 국토부) ⓒ천지일보 2023.09.27.

◆생숙 4만 9천실, 불법시설로 추정

정부가 생숙에 대한 숙박업 신고 의무를 법으로 명시한 지난 2021년 12월 이전에 사용 승인을 받은 생숙은 9만 6천실이다. 이 가운데 숙박업 신고를 한 객실은 4만 7천실로 전체의 48.4%다. 나머지 4만 9천실(51.6%)은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시설로 추정된다.

국토부는 지자체와 함께 생숙 현황을 점검한 뒤 숙박업 미신고 객실 가운데 약 3만실(63%)이 투자 목적인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 12월 이전 생숙 중 30%가량이 투자 목적인 셈이다. 점검 당시 국토부는 1명이 2실 이상 보유한 객실을 투자 목적으로 봤다.

숙박업 미신고 객실 가운데 1명이 30실 이상을 소유한 경우에 해당하는 객실은 1만 8천실(37%)이었고, 1명이 1개 객실을 소유한 규모는 1만 9천실(39%)이었다.

국토부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생숙 분양 광고에 ‘주거 불가’를 명시하고, 분양계약 때도 주거 불가를 안내토록 했다. 같은해 12월부터는 사용 승인을 받을 때 ‘숙박업신고동의서 제출’도 의무화했다.

지난 25일 국토부의 발표에 따라 생숙 소유자는 내년 말까지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고 주거용으로 생숙을 사용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받는다. 국토부는 “이행강제금은 매매가(시세)가 아닌 지방세법에 따른 건축물 시가표준액에 부과하는 것이기에 매년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축물 시가표준액은 건물신축 가격 기준액에 용도, 구조, 위치, 경과 연도 등을 고려해 산정한다. 예를 들어 부산 해운대구 85㎡ 규모, 매매가 5억 5천만원인 생숙의 건축물 시가표준액은 1억원이다. 여기에 이행강제금 요율 10%를 적용하면 부과금은 1천만원으로 산출된다. 소유자 변경 등 사유가 참작되면 이행강제금 산출액의 최대 50%를 감액받을 수 있다.

유예기간이 끝나도 이행강제금이 당장 부과되는 건 아니다. 국토부와 지자체의 조사를 통해 법 위반 생숙이 적발되면 사전 통지(10일 이상), 1차 시정명령(30일 이상), 2차 시정명령(20일 이상), 이행강제금 안내(10일 이상)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3.9.19. (출처: 연합뉴스)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3.9.19. (출처: 연합뉴스)

◆2년간 용도변경 생숙 2천실 불과해

국토부가 생숙의 용도변경을 위해 유예기간을 줬지만, 오피스텔 건축 기준이 생숙보다 높은 탓에 실제 용도변경을 한 가구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2년간 오피스텔로 변경한 생숙은 1996실로, 기존 생숙의 2.1% 수준에 불과했다.

생숙 소유자들은 건물을 헐고 다시 짓지 않는 이상 주차·소방 시설, 복도 폭, 바닥 두께까지 오피스텔 기준에 맞추는 건 쉽지 않다고 반발해왔다. 오피스텔 주차 기준은 가구당 1대, 생숙은 시설면적 200㎡당 1대다. 복도 폭도 오피스텔은 1.8m 이상, 생숙은 1.5m 이상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국토부는 생숙이 주택·주거용 오피스텔에 비해 주차장, 학교 등 생활 인프라 기준 및 건축 기준이 완화돼 있으며 주거지역에는 지을 수 없게 돼 있어 주거용으론 부적합하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준주택으로 인정되는 오피스텔의 경우 주거지역 입지가 가능하고 공동주택 수준의 건축기준이 적용된다. 세금 제도도 주택과 유사하게 적용받는다.

생숙이 주거용으로 인정받게 되면 인근 주민으로부터 제기되는 과밀학급·주차난 민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생숙은 건축법상 주택이 아니기에 학교용지분담금, 교통유발부담금 등 주택이 부담해야 할 의무에서도 제외돼 있다.

◆생숙 소유자들 “국토부가 책임 회피”

생숙 소유자들은 국토부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생숙 소유자들의 모임인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2년간 주거 사용을 위한 용도변경을 추진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각종 규제와 관계 부서의 협의 부족, 국토부의 소극 행정으로 대부분의 생활숙박시설이 용도변경을 완성하지 못했는데도 국토부가 행정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선 전국레지던스연합회 회장은 “국토부의 대책(이행강제금 유예)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한 제도 개선 권고와 법적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국회의원회관에 열린 세미나에서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생활숙박시설 규제는 법리적 문제와 사회적 파급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투기 억제 차원에서 급하게 추진된 면이 있다”면서 “이용자의 주거권과 재산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상 불합리한 부분을 면밀하게 파악해 조속히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용어설명: 생활형숙박시설(생숙)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취사도 가능한 숙박시설로 ‘레지던스’라고도 불린다. 고시원·기숙사 등과는 다른 형태다. 당초 외국인 관광객이나 장기 출장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지만, 2020~2021년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자 ‘부동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으며 투자 수요가 몰렸다.

생숙은 청약 통장이 없어도 분양받을 수 있고, 당첨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며,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도 빠진다.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기본적으로 생숙은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만 지을 수 있지만, 조례로 정하는 경우 자연녹지지역, 계획관리지역, 준공업지역 등에도 자리잡을 수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