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가격 2개월 연속 상승
3~6개월 후 국내 영향 전망
상승세 지속 시 타격 불가피

정부·제당업계, 협력해 대응
政, 설탕·원당 관세율 0%로
제당업계 “인상 자제할 것”

설탕.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설탕.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핵심 요약]

▶설탕값 13년 만에 최고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9월) 설탕 가격지수는 162.7로 전월보다 9.8% 상승했다.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2010년 11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설탕 가격이 급등하는 요인은 이상기후·엘니뇨에 따른 가뭄으로 인해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태국·인도 등의 생산량이 감소한 데 있다.

▶슈거플레이션 우려 커져

슈거플레이션은 설탕을 뜻하는 ‘슈거’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설탕 가격 급등이 설탕을 원료로 하는 과자나 빵, 아이스크림 등의 동반 가격 상승을 불러 결과적으로 식품 물가를 상승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설탕은 거의 모든 음식에 쓰이는 주·부재료인 만큼, 가격이 오르면 국내 주요 식품업체는 물론이고 자영업자들까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세계 설탕 가격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내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우려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국내 제당 업계의 설탕 수입국 다각화 전략으로 지금 당장 입는 큰 문제는 없겠으나 설탕 가격 상승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결국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세계 설탕 가격 상승 요인과 국내 제당 업계의 현황, 정부의 대책 등을 살펴봤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9월) 설탕 가격지수는 162.7로 전월보다 9.8% 상승했다. 지난 7월 146.3에서 8월 148.2로 오른 데 이어 지난달 더 상승했다.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2010년 11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설탕 생산국, 이상기후 직격타

설탕 가격이 급등하는 요인은 이상기후·엘니뇨에 따른 가뭄으로 인해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태국·인도 등의 생산량이 감소한 데 있다.

FAO는 “엘니뇨에 따른 평년보다 건조한 기상 조건으로 인해 주요 설탕 생산국인 태국과 인도의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격에 반영됐다”면서 “국제 원유 가격 상승도 세계 설탕 가격 상승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인도, 태국과 같은 주요 설탕 생산국은 이상기후로 사탕수수 수확량이 확 줄었다. 설탕 생산국이자 주요 수출국인 인도는 1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다. 결국 인도는 지난해 5월부터 설탕 수출을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인도의 설탕 가격이 급등한 요인에는 인도 정부의 바이오연료 활성화 정책도 꼽힌다. 인도는 설탕의 주재료인 사탕수수를 이용해 에탄올을 만들고 있다. 인도 정부는 올해에만 5천만톤의 사탕수수를 에탄올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다른 설탕 수출국인 태국 또한 이상기후로 사탕수수 수확량이 약 18% 감소해 전체 수확량은 900만톤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 따르면 설탕 선물(先物)가격은 1톤당 723.57달러로 1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설탕 가격은 지난 2011년 1월 800달러를 넘어선 이후 줄곧 하향세를 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톤당 500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최근 10년간 1톤당 설탕 가격이 700달러를 넘어선 적은 없었다. 그러나 올해 초 설탕 가격이 다시 700달러를 돌파했고, 최근 720달러 선을 넘어섰다.

유럽연합 통계국(유로스탯)은 “여러 식품 가운데 설탕이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면서 “2022년 2월과 3월에는 각각 전년 같은 달보다 1.6%, 11% 올랐지만, 올해 2월과 3월에는 2022년 같은 달 대비 평균 61%가 올랐다”고 밝혔다.

설탕. (출처: 연합뉴스)
설탕. (출처: 연합뉴스)

◆설탕 원료 ‘원당’ 가격도 상승세

백설탕과 설탕의 원료로 쓰이는 원당(原糖)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원당 가격은 지난달 8일 뉴욕상품거래소(NYBOT)에서 파운드당 26.31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17.93센트)보다 47%나 올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 8월 세계 식량 지수를 살펴보면 곡물, 유지류, 육류나 유제품 가격지수는 이전 달보다 모두 내려갔다. 하지만 설탕 가격지수는 이전 달보다 2%나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원당과 설탕 선물가격이 국내 설탕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이다. 설탕을 많이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이 지금 당장 오르거나, 기업 생산 비용이 갑자기 뛰는 건 아니지만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설탕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주요 제당 업체들을 중심으로 설탕값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제당 업체들은 해외에서 원당을 수입해 불순물을 빼내고 정제(精製)해 설탕을 만들고 이를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유통되는 설탕의 가격 중 70~80%는 원당 가격”이라며 “원당 대부분을 호주와 태국에서 수입해 오기에 국제 원당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국내 설탕가격도) 따라 오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선 슈거플레이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슈거플레이션은 설탕을 뜻하는 ‘슈거’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설탕 가격 급등이 설탕을 원료로 하는 과자나 빵, 아이스크림 등의 동반 가격 상승을 불러 결과적으로 식품 물가를 상승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식품업계는 ‘초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각종 원자잿값 인상이 지속된 상황 속에서 설탕 가격까지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이중고를 호소하는 업계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설탕은 거의 모든 음식에 쓰이는 주·부재료인 만큼, 가격이 오르면 국내 주요 식품업체는 물론이고 자영업자들까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설탕수입. (출처: 연합뉴스)
설탕수입. (출처: 연합뉴스)

◆업계 “가격동결에 부담 커질 것”

우리나라에서 설탕을 만드는 회사는 3곳(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이다. 이 가운데 ‘빅2’로 꼽히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의 경우 인도가 아닌 호주 등에서 원당을 수입하고 있어 제품 생산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제 설탕 가격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인상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제당업계 관계자는 “(상승한) 국제 설탕 가격이 국내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어 가격 상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가격 상승이 계속 이어지고 인도의 (설탕) 수출 제한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가격을 동결하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빅2는 원부자잿값·인건비 상승 여파로 인해 설탕 가격을 20% 이상 인상한 바 있다.

제당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원당 가격이 내려갈 여지는 적은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을 보면 가격 상승 부담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설탕 가격 인상이 현실화해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4.9%로 소비자물가지수 3.7%보다 1.2%p 높았다. 특히 외식 부문 39개 품목 중 물가 상승률이 평균을 상회하는 품목은 31개에 달했다.

피자는 12.3%로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이어 오리고기(외식) 7.3%, 구내식당 식사비 7.0%, 죽(외식) 6.9%, 냉면, 6.9%, 자장면 6.8%, 도시락 6.8%, 김밥 6.6% 등이 뒤를 이었다.

외식 물가 외 가공식품 가격도 73개 세부 품목 중 61.6%인 45개가 평균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추장이 27.3%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이어 드레싱 23.7%, 당면 19.5%, 치즈 17.7%, 소금 17.3%, 설탕 16.9% 등으로 파악됐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달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식품·외식업계와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달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식품·외식업계와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부·제당업계, 설탕 가격안정 협력키로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치솟는 설탕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원당 수입분 전량의 관세율을 0%로 낮추기로 했다. 또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와 함께 설탕 가격안정에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설탕의 올해 할당관세 물량은 10만 5천톤이다. 도입 잔여물량인 약 8만톤에 대해 변경세율인 0%가 올해 말까지 적용된다. 현행 설탕에 대한 할당관세율은 5%였다. 원당의 할당관세 현행세율은 3%였으나 이 역시 0%의 변경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제당업계는 “정부의 조치를 환영하며 업계도 설탕 소비자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물가안정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면서 “앞으로 정부와 국제 설탕 시장 동향 등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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