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칼럼니스트

펜싱으로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나라를 빛낸 남현희씨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결혼을 약속하고 언론 인터뷰까지 했던 상대가 남자와 여자로 위장, 변신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다. 언론 입장에선 시청률을 올리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가십성 뉴스거리다. 추악하고 입에 담기도 민망한 소식이지만, 언론 입장에선 호재임에 틀림 없다.

남현희씨는 과거 국가대표로 태릉에서 훈련을 하던 중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한 적이 있다. 요즘은 누구나 하는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징계를 때린 것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머리에 염색하고 영어 가사가 들어 있다고 가수의 방송 출연이 금지되기도 했던 시절이다. 하품 나는, 옛날이야기다.

사기 사건이 정말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뉴스 전달이 많지 않아 모르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은 웬만하면 언론을 통해 다 전달이 된다. 전세 사기에 각종 금융사기, 보이스 피싱 등 하루하루가 사기와의 전쟁이다. 언제 어디서 사기를 당할지, 누가 피해자가 될지 알 수 없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재수 없으면 누구나 사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흉악한 세상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기 범죄 건수가 OECD 국가 중 1등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통계를 작성하는 기준과 원칙 등이 나라마다 기관마다 제각각이어서 믿을만한 통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사기 범죄 건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검찰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기 범죄 발생 건수는 2012년 23만 9720건에서 2020년 35만 4154건으로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470건에서 683건으로 확 불어났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400건대를 유지하던 10만명당 사기 범죄 발생 비율은 2017년 이후 2020년까지 급증했다. 개인 미디어의 발달로 범죄 대상자를 찾는 것이 쉬워지고 범행 수법이 더 교묘해진 탓도 크다.

지난 몇 해 동안 사기 범죄가 늘어난 것은 정치의 영향도 크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들이 앞다퉈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고, 없는 말 있는 말 마구 만들어 무책임하게 던지면서, 나라를 거짓말, 가짜뉴스, 사기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

법학 교수라는 자가 자기 자식들의 대학 입시를 위해 작심해 서류를 조작하고, 그에 대해 죄를 물으니, 온 가족이 도륙당하고 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그 가족들이 멀리 있지 않았다. 그래 놓고서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은 없고, 되레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겠다며 복수혈전을 다짐하고 있다.

언론사 기자 출신이라는 자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더니, 언론의 기본인 팩트 체크조차 하지 않은 허무맹랑한 말을 서슴없이 던지고, 아니면 말고, 맞으면 좋다는 심보로 행동한다. 정치하는 자들이, 이 꼴 저 꼴, 참으로 꼴값들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도 아 저렇게 하고 사는구나, 저런 게 나쁜 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한다. 윗물이 썩어 빠졌으니, 아랫물도 시궁창이 되는 것이다. 예의도 없고 염치도 없고 양심도 없다. 그런 세상이 되어 버렸다.

17세기에 의도치 않게 조선에 왔다 간 네덜란드 선원 하멜(Hamel)은 ‘표류기’에 “조선인들은 남을 속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잘한 일로 여긴다”고 썼다. 하멜의 이 말이 사실인지, 가짜 뉴스인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요즘 나라가 사기 공화국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걸 보면, 사기와 속임수가 과연 우리의 민족성인가, 의문을 갖게 된다.

러시아 혁명으로 공산당을 만든 레닌은 ‘제국주의론’이란 책을 통해 “공산주의자란 법 위반과 거짓말, 속임수, 은폐를 예사로 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은 “좌파는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기술자들”이라고 기술했다.

누가, 대한민국을 가짜와 거짓말, 조작과 날조, 사기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는가. 알면서도, 서로의 얼굴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꼴사나운 풍경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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