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줄어 신학교 타격
정부와 손잡고 저출산 극복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지금 우리는 백척간두에 처한 상황이다.” “제2의 창학을 각오해야 한다.” 

지난 7일 열린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 총장 후보 정견 발표회에서 나온 후보들의 입에서는 이같은 지적이 쏟아졌다. 총장 후보로 나온 유경동 감신대 교수는 “감신대는 위기를 맞았다”며 “학령인구 감소와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 신학교육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이 종교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신학대가 속출하고 있고 불교계는 출가자 수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코로나19 3년 터널을 지나 ‘종교 절벽’ 시대가 닥쳤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근 감신대 신임 총장 후보 정책 발표회에서도 이러한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후보로 나온 이후천 협성대 교수는 “감신 등록금 수입이 지난 4년간 91억에서 70억으로 20억이나 감소했다”며 “이를 재학생 수로 환산하면 310명이 감소된 수치”라고 현실을 짚었다. 

문제는 타 신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란 점이다. 총신대에 따르면 이 대학 선교대학원은 내년 석사과정 정원을 기존 35명에서 25명으로 줄였다. 올해 목회학 석사과정 신입생을 모집할 때는 1980년 개교 이후 첫 미달이 발생하기도 했다. 목원·칼빈·협성·고신대 등도 신학과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불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내 최대 불교 종단으로 손꼽히는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에선 출가자 수가 지난해 6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991년 517명에 달했던 출가자 수는 2015년 204명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131명으로 100명대로 주저앉았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는 3년 연속 출가자 100명 선이 깨졌다.

젊은 세대의 종교 기피가 갈수록 심화하고, 저출산 문제까지 겹친 영향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종교계 협의체 회의 모습. (출처:연합뉴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종교계 협의체 회의 모습. (출처:연합뉴스)

종교계는 저출산 문제 의식에 공감해 지난 3일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개최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종교계 협의체’ 회의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종교단체 7곳이 함께했다.

복지부는 종교계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는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또 예비부부 지원 등 종교단체별 특성에 맞는 협력사업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라 종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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