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인사 등 850명 참석

尹 대통령 불참… 축사 대독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서울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기도회에 참석한 기독교계 인사 및 정관계 인사 850여명은 대통령과 각계 지도자, 사회 통합과 한반도 평화, 전쟁 종식과 세계 평화 등을 기원했다.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주관한 이번 기도회는 ‘하나님께서 축복하시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등 여야 정계 인사를 비롯해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명성교회 창립자 김삼환 원로목사 등 보수 교회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번 국가조찬기도회에는 우크라이나 등 주한 15개국 대사관 관계자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작년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기도회는 제11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설교를 맡고 충신교회 박종순 원로목사가 축도를 맡았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출처:C채널 유튜브 캡처)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출처:C채널 유튜브 캡처)

오 목사는 이날 ‘축복의 근원 제사장 나라’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 “대한민국이 경제 원조 수혜국에서 시혜국이 되고, 세계식량기구(WFP)와 유엔난민기구(UNHCR) 같은 국제기구가 아시아 본부를 둘 정도로 성장한 것은 기독교 때문”이라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불교와 유교가 영향을 미쳤다면 대한민국은 기독교 정신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승만 정부 수립과 건국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일제 해방은 하나님의 섭리였으며 6.25전쟁의 인천상륙작전은 하나님의 기적이었다”며 “이승만 정부를 수립하고 건국한 것, 지난 70년 동안 휴전선이 뚫리지 않은 것은 6만 교회 성도들이 이 나라를 보호해 달라고 기도한 덕분”이라고 했다.

오 목사는 “대한민국은 제사장 나라가 돼 아시아와 세계에 축복의 통로가 돼야 한다”며 “목회자들이 은혜받은 자로서 은혜의 통로가 되자는 마음을 갖고 대한민국이 제사장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께서 다른 건 몰라도 국가조찬기도회는 꼭 가야 하는 행사라고 늘 말씀하시고, 기독교에 대해서도 우리 헌법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늘 말씀하셨다”고 운을 떼며 윤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예수님의 이웃사랑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우리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전례 없는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사회 구석구석까지 온기가 전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국가조찬기도회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지혜를 모아달라”며 “정부는 우리 국민의 땀과 헌신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대표자로 나와 ‘대한민국의 발전’ ‘국민화합과 경제부흥’ ‘굳건한 국가안보와 세계평화’ ‘저출산 극복과 교육발전’을 놓고 다 함께 통성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 국가조찬기도회는

‘개신교 지도자들이 모여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한다’는 국가조찬기도회는 미국을 본 떠 1966년 시작된 ‘대통령 조찬 기도회’에 기원을 두고 있다. 공식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린 것은 1968년이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가 본격화하는 시기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켰다” 등 일부 목회자들의 정권에 대한 아부성 발언은 개신교계 오욕의 역사로 꼽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가조찬기도회를 개신교의 권력 유착 수단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2011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무릎기도’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었던 길자연 목사의 기도 인도로 이 전 대통령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1분가량 기도를 했는데, 대통령의 ‘종교 편향’을 보여준다며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교계에서도 국가조찬기도회 존폐를 둘러싼 논쟁은 뜨겁다. 지난 2018년에는 국가조찬기도회를 앞두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가조찬기도회를 폐지해달라’ ‘대통령이 참석하지 말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개신교 단체 성서한국은 지난 2014년 낸 성명에서 “국가조찬기도회는 지난 한국 현대사 속에서 정의로움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한국사회에 큰 실망을 안겨왔다”며 기독교인들이 사회의 안정과 국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신앙의 순수성을 상실한 채 기도회가 불의한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데 그치고 만다면 이는 정교유착의 가장 위험한 모습”이라고 일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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