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루터 종교개혁 506주년
성경에 기반한 신앙 회복 강조
교회 통합 위해 말보다 행동 필요

▲ 마르틴 루터.
▲ 마르틴 루터.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교회는 항상 개혁돼야 한다(Ecclesia semperreformanda).’

31일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6주년이다. ‘종교개혁 506주년 기념’이라는 수식이 붙은 각종 기념 예배와 행사가 열린 가운데 ‘한국교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어김없이 쏟아졌다. 

1517년 10월 31일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 수사이자 사제, 비텐베르크 대학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는 가톨릭 성당의 면죄부 판매 등 부패상을 지적하며 비텐베르크 대학교 교회 문에 95개 논제를 붙이는 것을 시작으로 종교개혁을 일으켰다. 

루터는 종교개혁을 주장하며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이란 5대 강령을 선포했다.

이는 당시 제도권 교회의 가르침과 예배가 성경에 근본을 두고 있지 않고 진리에서 멀어졌음을 알리는 외침이었으며 ‘진리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이런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개신교(프로테스탄트)가 분리돼 나왔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국내 개신교계에서는 한국교회야말로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00여년전 부패했던 중세 가톨릭 교회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쓴소리다. 

올해 역시 교계 지도자들이 낸 메시지에는 공통적으로 ‘종교개혁 정신을 회복하자’는 내용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한국교회가 기독교 신앙의 표본인 ‘성경’에 근거해 잘못된 신앙에서 변화할 때 온전한 교회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목회포럼은 ‘벼랑 끝 한국교회, 초대교회로 회귀해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500여년이 흐르는 세월동안 종교개혁운동은 서서히 변색됐다”며 “오히려 중세 유럽 교회의 전철을 밟으며 새로운 종교개혁이 요구되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성경적 가치관과 십자가 정신을 회복해 제2의 종교개혁운동의 중심에 서길 기대한다”며 “교권, 교파주의, 개교회주의, 세속주의 등에서 벗어나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만 생각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논평을 통해 “이 땅에 거룩한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교회가 바르게 됨으로 불의한 세상을 동시에 바로 잡아 나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종교개혁 506주년을 맞는 한국교회는 더욱 철저하게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는 “개혁을 멈추지 않는 진행형 교회가 되자”라며 “복음의 유일성과 절대성을 굳건히 하고 성경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을 위해선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가 요구되지만, 갈길이 멀다. 

마르틴 루터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세워진 기독교한국루터회(루터회)는 전직 총회장을 비롯해 과거 교단 재정을 유용한 특정인들의 징계 처리를 놓고 갈등이 폭발, 최근 교단 정기총회를 두곳에서 나뉘어 개최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는 등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단 연합기구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보수 진영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는 한국교회 통합을 외치며 통합기구를 세우고, 통압안도 마련했지만 결국 주요 교단들의 반대 등 의견 일치에 실패하며 하나 되지 못하고 또 파열됐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바로 분열이다.

교단이 수백개로 갈라져 교리와 해석과 입장이 각각 다르다 보니 일치와 연합이 더욱 애를 먹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교단 교파를 초월해 교회 일치와 연합을 이루기 위한 지름길은 마르틴 루터의 가르침에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교단들이 자의적 해석을 내려놓고 ‘오직 성경’만으로 교리를 통합하면 된다는 조언이다. 

해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들이 치러지지만, 한국교회가 연합과 통합을 이뤄내는 실질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행사들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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