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출처: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출처: AP=뉴시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가톨릭교회 내 성 학대 의혹이 또다시 터져 파장이 예상된다.

1940년 이후 스페인에서 20만명 이상의 미성년자가 가톨릭교회 성직자에 의해 성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가 27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연합뉴스가 AFP통신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가톨릭교회의 소아성애자 범죄를 조사해 온 독립 조사위원회는 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약 0.6%가 미성년자 시절 성직자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성인 인구를 약 3900만명으로 추정할 때 약 23만명에 해당하는 규모다.

1년 넘게 조사위원회를 이끈 스페인 옴부즈맨 앙헬 가빌론도는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평신도에 의한 학대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1.13%, 즉 40만명 이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스페인에서 성직자의 소아성애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 결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피해자들이 수년에 걸쳐 배상을 요구하는 등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교회는 의혹을 은폐하는 데 급급해 왔다.

가빌론도 역시 “안타깝게도 수년 동안 (교회에서) 학대를 부인하거나 학대자를 은폐, 또는 보호하려는 욕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도 가톨릭교회의 대응이 “부족하다”며 교회의 태도를 비판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국가 기금을 조성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조사는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가 2021년 가톨릭교회 내 아동 성 학대 사건이 1200건이 넘는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면서 시작됐다.

이에 스페인 가톨릭 주교회의도 자체 조사를 벌여 지난 6월 교회 내에서 성적으로 학대당한 미성년자가 900명이 넘는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당시 발표에서 자체 파악한 성 학대 가해자는 728명으로, 50% 이상이 사제이고 나머지는 교회 관계자였다고 발표했다.

피해자는 최소 927명으로 남성이 83%로 파악됐으며, 학대는 대부분 학교나 신학교, 교구 건물 내에서 발생했다고 주교회의는 고백했다.

가톨릭교회 내 아동 성 학대 문제는 2002년 미국 보스턴 글로브지가 처음 폭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 칠레, 호주 등에서 광범위한 교회 내 아동 학대 문제가 불거졌다.

2021년 프랑스에서도 독립 위원회가 1950년 이래 약 21만 6000명의 어린이가 성직자에게 학대당했다고 보고했다.

독일에서도 1946년∼2014년 3천677건의 학대 사례가 발견됐으며, 아일랜드에서는 교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시설에서 학대당한 피해자 1만 4500명 이상이 정부 차원의 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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