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팽택·당진 농가서 확진 판정
이틀 사이에 세 번째 사례 나와
한 총리, 철저한 방역 대응 주문
병 확산 시 농장 경제피해 막심

21일 오후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이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의 한 젖소 농가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1일 오후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이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의 한 젖소 농가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지 이틀 만에 세 번째 확진 사례가 나와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은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산 한우농장서 국내 최초 발생

21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충남 서산시 소재 한우농장에서는 럼피스킨병에 걸린 소가 국내 처음으로 발견됐다. 지난 19일 ‘소에 피부결절이 있고, 식욕이 부진하다’는 농장주의 신고를 받고 수의사가 해당 농장의 소 네 마리에서 피부 병변을 확인했다.

이후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정밀검사를 진행했고 해당 소들이 럼피스킨병에 감염된 것으로 전날 최종 확인했다.

농식품부는 럼피스킨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농장에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출입을 통제했다. 또한 해당 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 40여 마리는 긴급행동 지침에 따라 살처분이 진행 중이다.

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에 걸리면 지름 2~5㎝의 피부 결절(단단한 혹)이 나타나며 고열 증상을 동반한다. 폐사율은 10% 이하다. 이 병에 걸린 소는 우유 생산량이 줄고, 유산, 불임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럼피스킨병이 확산하면 농장의 경제적 피해가 막심하기에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럼피스킨병은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발생했다. 지난 2013년부터는 동유럽, 러시아 등으로 확산했다. 2019년부터는 아시아 국가로도 퍼졌다. 농식품부는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2019년 진단체계를 구축했다. 2021년부터 전국적으로 예찰을 시행해왔다. 작년에는 럼피스킨병 백신을 수입하기도 했다.

소 자료사진. 기사와 무관함.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 자료사진. 기사와 무관함.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평택 젖소 농장서도 ‘럼피스킨병’ 확진

국내 두 번째 발생 사례는 경기도 평택시의 한 젖소 농장에서 나왔다. 이날 낮 12시 반께 평택 A농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정밀 검사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럼피스킨병임을 확인했다고 평택시에 통보했다.

전날 오후 3시 40분께 평택 A농장에서 식욕부진 증상을 보이는 젖소를 진료하던 수의사는 럼피스킨병이 의심된다며 당국에 신고했다. 이에 경기도가축위생시험소에서는 해당 농장에서 키우는 젖소의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했다.

평택시 방역 당국은 해당 농장에서 사육 중인 젖소 92마리를 이날 중 살처분할 방침이다. 또 해당 농장 반경 500m 이내를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방역을 강화키로 했다. 지역 보건소에는 모기와 진드기 등 흡혈 해충 구제 조치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10㎞ 이내 343개 농가에서 사육 중인 소 2만 3340마리의 이동을 오는 22일 오후 2시까지 제한했다. 이밖에도 이상 증상을 보이는 소는 없는지 예찰도 강화하고 있다.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출처: 연합뉴스)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출처: 연합뉴스) 

◆충남 당진서 세 번째 확진… 김포에선 의심 신고

충남 당진시 한 한우농장에서도 이날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나왔다. 농식품부는 럼피스킨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농장에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해당 농장의 출입을 통제했다. 또한 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 40여 마리는 긴급행동 지침에 따라 살처분할 방침이다.

김포에서는 의심 신고가 접수돼 방역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김포시에 따르면 소 50여 마리를 사육 중인 김포 소재 축산농가에서 ‘젖소 3마리가 고열과 피부 두드러기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김포시 농업기술센터는 해당 농가에 방역소독요원을 파견했다. 이후 출입을 통제한 뒤 정밀검사를 진행했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천지일보DB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천지일보DB

◆한 총리 “초동방역 만전 기하라… 백신 신속 접종” 지시

이러한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 등과 긴밀히 협력해 긴급행동지침에 따른 발생농장 사육 소 살처분, 이동통제, 검사·소독 등 초동 방역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이날 관련 부처·기관에 이같이 지시하면서 지자체에는 방역 이행에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한 총리는 럼피스킨병 발생 농장 근처 방역지역 설정, 통제초소 및 거점 소독시설 설치, 농장 주변 모기·흡혈 곤충 방제 등 현장 방역, 일시 이동중지 관리 등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가축 전염병이 전국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가 내리는 ‘일시 이동중지’는 가축과 축산 종사자, 관련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 조치는 전날 오후 2시부터 48시간 동안 발령됐다.

한 총리는 럼피스킨병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만큼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해 전파 원인의 신속한 파악과 더불어 백신의 신속한 접종도 주문했다.

럼피스킨병과 관련한 증상.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FAO 2017) ⓒ천지일보 2023.10.21.
럼피스킨병과 관련한 증상.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FAO 2017) ⓒ천지일보 2023.10.21.

◆럼피스킨병 어떤 병?… 걸리면 고열·유산·불임

럼피스킨병은 소과 동물 중 소 및 물소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병이다. 피부, 점막, 내부장기의 결절과 여윔, 림프절 종대, 피부부종을 특징으로 하는 소의 급·만성의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감염된 소에겐 지름 2~5㎝의 피부 결절(단단한 혹)이 나타나며 고열 증상을 동반한다. 폐사율은 10% 이하다. 이 병에 걸린 소는 우유 생산량이 줄고, 유산, 불임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럼피스킨병이 확산하면 농장의 경제적 피해가 막심하기에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럼피스킨병의 주요 전파 요인은 흡혈 곤충에 의한 전파다. 전파 가능한 흡혈 곤충으로는 모기류, 흡혈 파리, 수컷 진드기 등이 있다. 흡혈 곤충에 의한 전파 이외에도 감염된 동물에 의해 오염된 사료나 물 섭취 및 오염된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전파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감염 동물의 침이나 피부 병변, 콧물, 우유, 정액 등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생축의 이동으로 인한 장거리 전파가 가능해 주의가 필요하다.

럼피스킨병의 잠복기간은 보통 4일에서 14일 정도로 짧으며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최대 잠복기를 28일로 본다.

키우던 소에서 럼피스킨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읍·면·동, 시·군, 시·도, 시·도 가축방역기관 및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고해 최단 시간 내에 정밀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즉각적인 방역 대책을 실시해 이로 인한 가축 사육 농장 및 축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럼피스킨병의 진단 방법으로는 크게 동물 체내에 럼피스킨병 바이러스의 존재 유무를 검색하는 항원 진단법과 럼피스킨병 바이러스의 감염 결과 형성된 항체를 검출하기 위한 항체 진단법으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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