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에 은행장 불려올 듯
경남·대구·국민銀부터 로카까지

가계부채 역대 최대치로 급증
오락가락 금융정책 질타 전망

라임 사태 재조사도 핵심 쟁점
유력인사 특혜 환매 논란 제기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4.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오는 10일 제21대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사의 부실한 내부통제와 가계부채 증가, 라임펀드 재조사 등과 관련해 금융사 CEO(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5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0일 국무조정실을 시작으로 11일 금융위원회, 17일 금융감독원, 23일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 24일 예금보험공사·산업은행·IBK기업은행·서민금융진흥원, 27일 금융위·금감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잇따른 금융사고, 내부통제 또 대두될 듯

금융권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금융사의 내부통제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600억원대 직원 횡령이 발생해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금융사 안팎으로 직원들의 횡령 및 금융 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BNK경남은행에선 약 3천억원 규모의 직원 횡령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경남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와 관련한 긴급 현장검사 결과 투자금융부 직원 A씨의 횡령 규모가 2988억원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씨는 투자금융부에서 15년간 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허위 대출 취급으로 1023억원을 횡령하고 대출 원리금 상환 자금 1965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조사과정에서 A씨가 자신이 취급한 PF대출의 사후관리를 수행하거나 명령휴가를 간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 특히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이번 횡령 사건을 알면서도 고의로 당국에 보고를 지연한 사실도 지적했다.

BNK경남은행본점 전경. (제공: 경남은행)ⓒ천지일보 2022.11.08
BNK경남은행본점 전경. (제공: 경남은행)ⓒ천지일보 2022.11.08

DGB대구은행에서도 은행 직원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불법 추가 개설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대구은행은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이기 위해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동의 없이 여타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2021년 8월부터 증권계좌개설 서비스를 시작했고 실제 이렇게 개설된 계좌는 1000여개 이상, 관련 직원은 1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에서도 상장사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100억원대 부당이익을 취득한 내용이 적발됐다. 특히 국민은행은 미공개정보 신고 의무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롯데카드에선 105억원 규모의 대형 배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형 사건들이 금융권에 잇달아 터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금융사고와 관련된 금융사 CEO들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전후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작년과 같이 올해도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IMF와 WB 연차총회 참석차 해외 출장길에 나설 예정인 만큼, 은행장들과 증권사 CEO들이 금융당국 종합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은행의 모습. ⓒ천지일보 2022.08.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은행의 모습. ⓒ천지일보 2022.08.25

◆가계부채 급증도 주요 이슈로 대두

최근 다시 늘고 있는 가계부채 리스크도 이번 국정감사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25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4조 6374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680조 8120억원)보다 약 4주간 3조 8254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잔액 증가 폭은 지난달(1조 5912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가계대출 잔액이 늘기 시작한 지난 5월 이래 증가 폭은 ▲5월 1431억원 ▲6월 6332억원 ▲7월 9755억원 등 꾸준히 확대됐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7조 4608억원으로 8월 말(514조 9997억원)과 비교해 2조 4611억원 늘었다.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한 8월(2조 1122억원)보다 컸다.

신용대출 잔액도 1년 10개월 만에 반등했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109조4950억원으로 8월 말(108조4171억원)에 비해 1조원 넘게 늘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만 122조1934억원으로 8월 대비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5년 전에 비해서도 크게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하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08.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5년 전인 2017년(92.0%)보다 16.2%p 증가했다. 한국은 IMF가 민간부채(가계·기업) 데이터를 집계하는 26개국 중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대를 기록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관악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관악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천지일보DB

문제는 가계부채가 주택가격 상승 폭이나 대출금리 수준에 따라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향후 3년간 가계부채는 정책 대응이 없다면 해마다 4~6% 정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명목GDP 성장률이 연간 4%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내년부터 재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에 따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모호한 기준으로 인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를 이끈 주범으로 꼽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산정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는 한편, ‘상환능력이 입증되는 경우’ 이를 허용하도록 했다. 청년층이나 연금 등 노후소득이 있는 경우가 이에 대한 조건으로 거론됐지만 정량화된 기준이 아니고 은행의 판단에 맡겨 논란이 됐다.

금융당국은 정책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중 일반형 상품의 취급도 중단하고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이하 및 주택가격 6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우대형 상품만 취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대출 규제로 현장 혼란이 가중됐다는 질타가 이어진 만큼 관련한 논의가 국정감사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04.

◆‘특혜 의혹’에 野-이복현 대결 전망

라임펀드 사태 재조사 결과도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8월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3개 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자금 횡령, 임직원 사익 추구 등의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특히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선언 직전 일부 투자자가 특혜성 환매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특혜성 환매를 받은 인물로 지적되면서 이복현 금감원장과 야당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실제로 지난달 초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복현 금감원장과 라임 재조사 결과 발표를 두고 전초전을 벌였다. 당시 민주당은 이 원장을 향해 김 의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김 의원의 환매와 관련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행위”라며 “(김 의원에 대한 라임펀드 환매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받아친 바 있다.

미래에셋생명 사옥 (제공: 미래에셋생명) ⓒ천지일보DB
미래에셋생명 사옥 (제공: 미래에셋생명) ⓒ천지일보DB

이에 증권가는 ‘미래에셋증권이 라임마티니4호 투자자들에게 환매를 권유한 경위’가 해당 의혹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라임마티니4호 외에도 미래에셋증권에서 다른 라임 펀드를 팔았는지, 해당 펀드에도 고객들에게 환매 권유를 했는지 여부 등이 쟁점에 오를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이 부분은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 수사가 진행 중인 영역이다.

이외에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도 국정감사의 주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 회장이 지난 4월 라덕연(42·구속기소)의 주가조작으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터지기 2거래일 전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해 주가조작 정황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