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촌,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 사업 계획 잡혔지만
토지·건물 소유주들 극심한 반대 속 2021년부터 지지부진
법사위 통과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눈앞
정부-토지주 갈등 봉합 후 사업 추진 탄력 받을지 주목돼

서울 용산구 동자동 후암특별계획구역 모습. (출처: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동자동 후암특별계획구역 모습.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국내 최대 규모 ‘서울역 쪽방촌(동자동)’이 최고 높이 40층의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공공주택지구에 포함된 쪽방촌 소유주들이 재개발 아파트 분양권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와 관련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쪽방촌 소유주들에 대한 보상이 확대되면서 지난 2021년 정부 발표 이후 2년 7개월가량 지지부진했던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공공 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에서 소유주들의 보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제 남은 건 국회 본회의다. 업계 예상대로라면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도 이달 중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쪽방 밀집 지역을 포함한 공공주택지구의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에게 현물보상, 즉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담았다. 쪽방이란 일반적인 크기의 방을 여러 개의 작은 공간으로 나눠 한두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 놓은 방을 의미한다.

쪽방의 크기는 다양하지만 보통 6㎡ 전후의 작은 공간이 대다수다.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며, 월세는 올해 기준 월 25만원 정도다. 쪽방들이 다닥다닥 모여 이룬 주거지를 ‘쪽방촌’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쪽방촌의 특성상 대다수 토지주들은 세를 내놓고 사업지구 밖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토지보상 법령에 따르면 실거주하지 않은 주민에게는 분양권을 줄 수 없다. 재개발이 들어간다면 ‘현금청산’이 보상의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이는 토지 소유주들의 개발 반대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쪽방촌인 서울 용산구 동자동(서울역 쪽방촌)의 공공 재개발 사업 역시 토지주들의 반발로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 서울시, 용산구가 함께 동자동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 재개발 사업 추진 계획을 지난 2021년 2월 발표했지만,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서울역 쪽방촌은 지난 1960년대 급속한 도시·산업화 과정에서 밀려난 도시 빈민층이 서울역 인근에 대거 몰리면서 형성됐다. 남산과 가까운데다 서울역 인근이라 교통도 매우 좋은 특급 입지이지만 그간 재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 건물 외벽에 공공주택지구사업 계획에 반발하는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가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 건물 외벽에 공공주택지구사업 계획에 반발하는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가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목 집중됐던 쪽방촌 재개발 사업

정부(국토부)를 비롯한 지자체(서울시, 용산구)가 동자동 쪽방촌 공공 재개발 사업을 공개했을 2021년 2월 당시 관심도는 상당히 높았다.

수년간 사업성 부족으로 민간 재개발이 진행되지 못했던 동자동 쪽방촌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총 10여개동 규모, 40층의 고층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한다고 하니 이목이 쏠렸던 것이다.

당시 정부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일대 쪽방촌 4만 7000㎡를 2410가구가 들어서는 공공주택 단지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쪽방촌 주민들의 재정착을 위해 전체 2410호 공급 물량 가운데 1250호(52%)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짓고, 200호는 공공분양주택으로, 960호는 민간분양주택으로 만들기로 했다.

지난 2020년 서울시의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자동 쪽방촌의 세입자는 총 1083명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쪽방촌 주민 전원이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짓기로 한 셈이다.

정부는 기존 쪽방촌 주민 1000여명의 재정착을 위한 임대주택을 먼저 만들겠다고 했다. 또한 해당 부지에 거주 중인 쪽방 주민 150여명을 위한 임시 거주지를 사업지구 내 게스트하우스나 사업지 내 공원에 모듈러주택 등을 조성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 재개발 역사상 세입자를 내쫓고 진행됐던 기존의 민간 분양주택 건설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계획했던 지난해 착공은 이루지도 못하고 멈춰있다. 아직 ‘공공주택지구 지정’이라는 첫 단계도 밟지 못했다.

동자동 토지·건물 소유주들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부가 ‘사유재산권’을 박탈하려고 한다”면서 해당 사업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어 민간 재개발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방식과 현물청산 방침 등에 대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동자동 토지·건물주들은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021년 3월 창립총회 보도자료에서 “LH가 동자동 토지를 강제수용해 알짜 부분을 민간개발 택지로 분양할 경우, 그 시세차익만 최소 조 단위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업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동자동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요구한 민간개발 정비계획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쪽방촌 거주자에 대한 이주대책 문제, 낮은 용적률, 최고 고도 지구, 공사 비용 문제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사업성은 확인되지 않았고, 결국 동자동 쪽방촌 재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위가 이어진 2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복도에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위가 이어진 2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복도에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천지일보DB

◆국토부 ‘법 개정’ 카드 꺼내 들어

현재 정부가 쪽방촌과 관련해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는 3곳 가운데 나머지 2곳인 서울 영등포와 대전역 인근의 경우 지구계획 승인을 완료한 뒤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의 경우 지구 밖 거주자에게도 아파트 분양권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토지·건물 소유주들의 반발을 잠재울 카드로 법 개정을 선택한 셈이다.

정부는 조만간 동자동 쪽방촌 토지·건물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주민 설명회를 열고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토지주들의 재산권을 좀 더 보장해주는 방안”이라며 “최근 부동산 경기나 경제 상황을 봤을 때 민간개발로 전환한다고 해서 원활한 사업 추진이 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개정법이 쪽방촌 토지·건물 소유주들의 공공 개발 참여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진 사람, 자기 배불리기 급급”

한편 동자동 쪽방촌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쪽방의 크기는 성인 남성 1명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수준이다.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한다. 에어컨이 없고 창문이 나 있는 경우도 드물다.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화재 발생 시 치명적인 인명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게다가 쪽방엔 보일러가 없어 방안에서 전열기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인 셈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벽돌집, 주방 싱크대 바로 옆에 설치된 좌변기, 깨지고 금가고 이빨 빠진 세면장 바닥타일, 물이 새 비닐로 가린 집안 천장 등 열악한 동자동 쪽방의 현실은 이곳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개최한 사진전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한지 10년이 넘었다는 김정호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이사장은 사진전 사진들과 관련해 “이게 지금 쪽방의 현실”이라며 “그나마 이 정도면 A급에 해당한다. 더 심한 쪽방도 많이 있다.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소위 말해 ‘가진 사람’들은 이런 현실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배만 불리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쪽방

일반적인 크기의 방을 여러 개의 작은 공간으로 나눠 한두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 놓은 방을 의미한다. 쪽방의 크기는 다양하지만 보통 6㎡ 전후의 작은 공간이 대다수다.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며, 월세는 올해 기준 월 25만원 정도다. 쪽방들이 다닥다닥 모여 이룬 주거지를 ‘쪽방촌’이라고 부른다.

쪽방촌의 특성상 대다수 토지주들은 세를 내놓고 사업지구 밖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토지보상 법령에 따르면 실거주하지 않은 주민에게는 분양권을 줄 수 없다. 재개발이 들어간다면 ‘현금청산’이 보상의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이는 토지 소유주들의 개발 반대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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