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날 취재 할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1988년 9월 17일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제24회 서울올림픽 대회 개회식이 열렸다. 눈이 시리도록 맑고 푸른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하늘 아래에서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를 슬로건으로 동서 냉전의 벽을 깨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세계 각국이 함께 평화의 제전에 참가했다.

개회식 기자석에서 앉아 취재를 하는 내내 우리 민족 역사상 최대 행사를 함께 한다는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잠실 주경기장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대한민국을 세계 만방에 성공적으로 알린 자랑스런 상징물이자, 선진국 도약을 향한 꿈이 서린 애국심의 공간이었다. 

1981년 서독 바덴바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서울올림픽을 유지한 이후 1984년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지어진 이 경기장은 조선 백자의 곡선을 지닌 외관으로 한국적인 미를 담아 서울올림픽의 대표적인 유산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올림픽 이후 잠실 주경기장은 서울에서 가장 큰 인공건축물이자 역사적 장소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서울시가 지은 지 40년 가까이 돼 노후화된 잠실 주경기장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88서울올림픽의 역사적 상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에 따르면 4000억원을 들여 2026년 12월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리모델링을 할 계획이다. 시는 88서울올림픽의 유산인 주경기장의 외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내부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현재 관람석은 총 6만 5000석인데 좁고 등받이가 없는 좌석이 많아 좌석 수를 6만석으로 줄이는 대신 쾌적하게 바꾸기로 했다. 2019년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3만개를 먼저 교체했고 이번에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추가로 3만개를 교체한다고 한다. 장애인 관람석도 358석 추가하고, 낡은 육상 트랙을 전부 교체한다는 것이다.

주경기장 남측에만 설치된 전광판을 북측에도 설치하고, 주경기장 외부에서 2·3층으로 올라가는 콘크리트 덱을 철거하는 대신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광장을 조성하기로도 했다. 신재생에너지인 ‘수열 에너지’를 냉방에 활용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한강 물을 끌어와 파이프로 순환시키면 여름철 냉방의 35%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주경기장 옆에 있는 잠실학생체육관에는 다이빙장을 갖춘 국제 공인 1급 수영장을 짓기로 했다.

잠실 주경기장 외형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관람석 등 기타 낡은 시설들을 현대식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원형을 잘 살리는 리모델링이 돼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로마 시대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은 2천여년 가까이 지났지만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세계 관광객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과거 동대문운동장처럼 원형 하나도 남기지 않고 밀어버리고 개발 명목으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를 세워 한국 스포츠 역사를 유실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잠실 주경기장 리모델링 공사는 시작부터 역사 보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조심스럽게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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