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8월 한 달 동안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실시하는 스포츠지도사 연수교육 강사로 1500여명의 교육생에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목을 강의했다. 강의는 스포츠지도사들이 일선 현장에서 만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여러 문제에 대한 실용적인 해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강의 목표를 설정한 것은 강의 준비를 하면서 수십년간 스포츠지도사로 현장 경험을 한 여자 배구 전문가의 충고를 받으면서였다.

그는 실업배구 선수생활까지 한 엘리트 선수 출신이었다. 20여년의 선수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뒤 서울 중랑구 지역에서 생활스포츠를 즐기는 배구 회원을 상대로 지도했다. 배구의 전문성이 뛰어난 그는 현장에서 기술적으로 회원을 가르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회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선 매우 힘든 경험을 해야 했다.

“회원들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혼자 오는 사람, 2명 또는 여러명으로 오는 이 등 다양한 회원들을 상대하다 보니 인간 관계에서 많은 문제가 생겼다. 회원들 간의 생각 차이로 갈등이 생기며 그만두는 이들이 자주 발생해 운영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랐다. 지도자 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다 보니 회원 관리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리액션이 필요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마치 공을 갖고 패스를 주고받는 것처럼 상대방의 입장이나 상황을 잘 살피고 상대방의 언어도 잘 익혀야 한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미국 여자농구를 조련해 금메달을 획득하도록 한 여자농구 명감독 팻트 서미트(1952~2016)는 “스포츠에선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다”고 말해 스포츠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포츠지도사는 학교·직장·지역사회 또는 체육단체 등에서 체육을 지도할 수 있도록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해당 자격을 취득한 사람을 말한다. 지난해부터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준 가맹단체 종목에서 활약하는 스포츠지도사는 새로 발의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자격제도를 공식 법제화하면서 필기, 실기, 연수교육 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그 이전까지는 법적으로 제도화되지 않고 대한체육회 등에서 원하는 이들을 상대로 연수과정 등을 개설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등에선 스포츠지도사는 운동선수들의 성장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일반인들의 건강을 이끌어주는 전문가들로 병을 치료하는 의사와 함께 사회적 명예와 함께 좋은 대우를 받는 직종으로 각광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점차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포츠지도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올해 실시한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지도사 과정 시험에는 수만명이 지원, 필기와 실기를 포함한 합격률이 30% 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대학생부터 현직 프로야구 선수, 은퇴한 직장인과 70대까지 연수생의 나이와 직업이 다양했다. 그만큼 스포츠지도사를 대하는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스포츠지도사는 운동을 통해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미래형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지도사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 한다면 우리 사회가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람들의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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