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성요한은 에페수스(에베소)로 이주한 후 본격적인 전도를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 최초의 기독교인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는 1세기 말까지 에페수스에 살다가 죽었다. 그가 복음서를 쓴 곳은 에페수스였다.

431년의 공의회 기록에 따르면 성모는 나중에 공의회 교회로 바뀐 건물에서 잠시 머물렀다. 공의회는 성모에게 헌정된 세계 유일의 교회에서 열렸다. 성요한은 불불(Bulbul)산 자락의 우거진 숲속에 집을 짓고, 성모를 거기에 숨겼다. 성모는 이 집에서 겸손하고 조용하게 살다가 승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가 확산된 후, 성모가 마지막 날을 보낸 곳에 교회를 세웠다. 에페수스 부근의 기독교인들은 18세기 말까지 매년 8월 15일에 이 집에서 기념식을 거행했다. 그러나 점차 마리아의 집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다가 폐허로 변했다. 장애인이던 독일의 수녀 캐서린 에머리히(Catherine Emmerich, 1774~1824)는 꿈속에서 본 성모 마리아의 집을 자세히 묘사했다. 그녀는 또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와 성요한이 성모를 모시고 에페수스로 오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성모의 집이 에페수스 인근의 산에 있으며, 집에 관한 자세한 정보도 곁들였다. 이 장애인 여성은 에페수스를 방문한 적이 전혀 없었다. 이즈미르 대학장인 엥게네 풀린(Engene Poulin) 신부는 수녀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1891년에 대표단을 에페수스로 보냈다. 오랜 연구 결과 에페수스 북쪽 산에서 판하기아 카풀루(Panhagia Kapulu)라는 신비한 장소를 발견했다. 이후 풀린(Poulin)은 직접 에페수스를 방문해 과학적 조사를 통해 연구활동을 발전시켰다. 이즈미르의 고고학자 마시뉴르 티모티(Maseineur Timoti)는 성모 마리아의 집에 대단한 흥미를 느꼈다. 나중에 많은 신학자가 그 장소를 인정했다. 1892년 티모티(Timoti)는 이곳에서 종교행사를 거행했다. 로마 교황 Jean 23세는 성모 마리아의 집에 대한 논쟁을 마무리하고, 이곳을 순례의 장소로 서언했다. 1967년 교황 Paul 6세, 1979년 교황 John Paul 1세, 2006년 교황 Benedictus 16세가 이곳을 찾았다.

성모의 집은 에페수스 마그네시아(Magnesium)문에서 해발 420m인 불불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고대 도시에서는 8㎞ 떨어진 곳이다. 처음 발견한 것은 집에서 100m 떨어진 작은 광장에 있는 둥근 저수조와 틈새가 있는 벽이었다. 저수조 계단이 무너지자, 무덤이 드러났다. 저수조 너머로 확장된 도로는 성모의 집으로 통한다. 성모의 집은 십자가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고, 돔이 있는 작은 교회처럼 보이기도 한다. 벽은 6~7세기에 세운 것이다. 집이 발견됐을 때 지붕은 없었고, 벽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마리 드 마나트 그랑세르(Marie de Manat Grancer) 수녀가 토지를 구매하고, 집과 주변 지역을 잘 정비했다. 집은 원래 형태를 유지하면서 유리로 지붕을 덮었다. 건축가인 레이먼드 퍼(Laymond Pere)가 교회 안을 대리석으로 장식했다. 나중에 보수하면서 새로운 벽과 옛날 벽을 붉은 선으로 구분했다. 입구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성모 마리아 동상은 건물이 발견된 후 지금의 자리에 세웠다. 이곳에서 발견된 석탄의 연대를 분석한 결과 성모 당시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른쪽 방은 성모의 침실로 알려졌다. 원래대로라면 왼쪽에 있어야 할 방의 유적을 찾을 수 없어서 보수과정에서 폐쇄됐다. 집 바로 뒤의 샘물은 치유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신도들은 이곳에서 예배하고 예물을 올린다. 바티칸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규정한 성모 마리아의 집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신도들로 붐빈다. 물론 한국에서 온 신도들도 많다. 매년 8월 15일이면 성모 마리아의 승천 기념행사가 열리고, 설교가 뒤따른다. 지금 에페수스에는 기독교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초기 교회의 흔적은 에페수스에서 동쪽으로 산길을 통해 9㎞ 올라가면 나타나는 쉬린제(Sirince)라는 마을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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