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를 가봤다. 학교 담장 주변으로 수백 개의 조화가 성처럼 싸여있다. 정문부터 선배, 후배,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교사를 추모하는 메모지는 학교 벽면을 가득 메웠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2년 차 초임 교사가 얼마나 극한의 심적 고통을 받았으면,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실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 마천루처럼 치솟은 강남의 고급아파트에 둘러싸인 학교에서 그 교사가 느꼈을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학부모의 갑질이 원인이지만,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방치한 정치권, 교육부, 학교 관리자들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문와서 남긴 교사들의 쪽지에서 교사들의 심정과 현재 학교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선생님 혼자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몸부림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그들에게 분노합니다. 교사는 아이의 또 다른 부모입니다. 선생님의 희생으로 이 나라 우리 교육이 정의롭고, 민주적으로 자리 잡아 나갈 것을 확신합니다. 선생님의 그 모든 슬픔과 억울함을 차마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꼭 진상 규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선생님을 지켜주지 못한 선배들, 이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일어나 외치겠습니다.

밤새 눈물을 흘리고 분노를 토하다가도 차마 가지 않을 수 없어 학교로 발걸음을 뗀다. 나오지도 않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오늘도 교실 맨 앞에 선다. “선생님 사랑해요” 하며 품에 안기는 아이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어루만지는 나, 이곳에서 상식이 통하는 건 이런 한 줌의 시간뿐. 후배 선생님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미안하고 미안해요. 내려놓고 가세요. 모두 힘 모아 바꿀게요. 선생님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셨습니다. 편히 쉬세요.

정확한 진상 규명을 통해 앞으로 더 희생자가 없도록 꼭 밝혀야 합니다. 교사도 누군가의 자식입니다. 선생님과 같은 신규 교사로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그곳에서 아무도 가르치지 말고 아프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선생님 뜻 잊지 않고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 선생님과 같은 2년 차 교사입니다. 우리 다음 생에는 교사 말고 다른 직업으로 만나요. 우리의 희생과 노력을 인정해주는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일해요. 선생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용기 있는 멋있는 분이셨습니다.

선생님 너무 늦게 찾아와 죄송해요. 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셨을지 잘 알 거 같아 더 죄송해요. 저도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됐지만, 아동학대 협박 전화를 받은 뒤 두려움에 떨며 금쪽이는 포기한 상태로 학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학교운영위원회 업무로 교감에게 혼난 날에는 울며 퇴근하기도 했어요. 선생님은 끝이라고 생각하며 이 세상을 떠나셨겠지만, 저희가 다시 새로운 시작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선생님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다음 생에는 우리 교사하지 말아요. 그곳에서는 평안하세요. 미안합니다. 우리는 싸우려는 게 아닙니다. 지켜내려고 하는 겁니다. 선생님 저희가 잊지 않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부디 모두 잊으시고 편히 쉬세요. 선생님 선택은 존중할게요. 왜 그랬냐고 묻지 않을게요. 선생님은 하인이 아닙니다. 아랫사람도 아닙니다. 부디 선생님을 얕보지 말아 주세요.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선생님의 고통은 감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 누군가는 책임지길 기원합니다. 교사도 한 사람이자 인격체입니다. 이번 일은 슬픔도 슬픔이지만 분노와 환멸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선배로서 미안합니다. 행동하는 선배가 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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