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20대 초임 교사가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교직을 떠났다. 교사들이 교직에 환멸을 느껴 사표를 내는 수준을 넘어섰다.

얼마나 극한적으로 심리적인 중압감에 시달렸으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질 생각을 했는지 안타깝다.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실에서 자살했다는 건, 상징적으로 세상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는 의미다. 학부모의 집요한 악성 민원으로 인한 사회적 타살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동료 교사의 SNS 프로필 사진이 검은 리본이라고,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니 바꾸라’고 아침에 문자 한 학부모의 인식이, 그 학교 엄마들이 교사를 대하는 수준이다. 무엇이든 문자나 민원으로 교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삐뚤어진 생각이다. 교사를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시종 정도로 생각하는 태도다. 공개된 해당 교사의 일기장엔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과 학생의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라고 적혀있다.

사건이 벌어진 고인의 학급에서 학생 간 연필로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연루된 학부모가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 변호사야”라는 갑질이 있었다고 한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라는 폭언도 했다는 증언도 있다. 공개하지 않은 교사의 전화번호를 어디선가 입수해 전화를 여러 번 했다니, 누군가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했다.

15년 전쯤 필자도 서초구에 근무할 때 학부모의 갑질을 여러 번 경험했다. 벌점 1점 줬다고 조부모까지 항의차 찾아왔다. 국·영·수 과목 교사들은 시험을 보고 나면, 동일 과목의 대학 교수 학부모의 문제 간섭에 시달렸던 기억도 난다. 한 반에 법조인 학부모가 늘 5명 정도가 있어 조심스러웠다. 서초구에는 법조인 외에도 전문직 직업의 학부모가 많다. 교사보다 학벌이 높은 역전 현상이 생기는 동네가 특히 갑질이 더 심하다.

학교에 아이를 보냈으면 맡기고 간섭하지 않는 게 아이를 위해 좋다. 툭하면 전화하고 민원 넣으며 교사를 깔보는 언행을 하는 건 아이의 인성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부모가 교사보다 우위에 있는 높은 사람이란 걸 아이에게 인식시켜 주는 게 좋은 줄 안다. 교사보다 좋은 직업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훌륭한 인격을 가진 부모는 아니다. 아이도 그 영향을 받아 교사를 하대하다 보니 제대로 교육이 될 리 없다. 교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예우를 갖춰 대우하는 게 아이가 부모도, 교사도 존경하게 만드는 훌륭한 가정교육이다.

이번 사건에 학교의 대처는 그저 책임을 회피하기만 급급하다. 교사의 비극적 죽음과 학교의 일은 무관하다는 식의 변명만 늘어놓는다고 그걸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 교권 보호를 위해 관리자가 아무런 역할도 안 하고 교사에게만 모든 책임을 미루는 게 현실이다. 학교 관리자인 교감과 교장부터 책임을 통감하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에 협조한 후 책임질 게 있다면 져야 마땅하다.

교육부가 지난 2016∼2021년까지 재직 중 사망한 교육공무원 현황에 따르면, 1년에 10여명의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교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감정노동자 수준보다 열악함을 보여준다. 학교에 학생 인권만 남고 교권은 사라지게 만든 자들의 책임이다. 학부모 갑질로 인한 교권 침해는 운행 중인 버스나 택시 기사 폭행처럼 가중 처벌하는 법을 속히 제정해야 교사도 살고 교육도 산다.

학부모의 학교 업무에 대한 간섭을 막을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교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멈추지 않을 듯하다. 교사가 아이들과 수업하던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할 정도면 대한민국 교육은 죽었다. 사표 대신 죽음을 택한 원인을 분명히 밝혀 원통함을 풀어줘야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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