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교육부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를 발표했다. 국가 차원에서 학생의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을 지정한 건 처음이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고시에 따르면 휴대전화 등 수업에 부적합한 물품을 사용하는 학생에게 경고하고, 불응하면 물품을 압수할 수도 있다.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는 물리적 제지도 할 수 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은 주의 주고, 개선되지 않을 때는 교실 내 다른 자리나 교실 밖 지정된 장소 등으로 분리도 가능하다.

학습 동기 부여를 위해 학생에게 칭찬이나 상 등 보상을 제공할 수 있고,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한 학생은 교원지위법에 따른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보고 조치할 수 있다. 교사가 보호자에게 상담을 요청할 수 있고, 교원은 근무시간과 직무 범위 이외의 상담을 거부할 수 있다. 체벌, 벌 청소는 금지된다. 이 고시는 10일간의 행정예고를 거쳐 9월 1일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한다.

교사의 당연한 지도를 고시에 명시해야 할 만큼 그동안 생활지도가 불가능했다. 이번 고시는 학교를 무법천지가 아닌 교칙이 통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만드는 첫 단추를 끼우는 의미가 있지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고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학교 현장을 제대로 아는 교사의 의견도 청취 안 하고 교육부 사무관들이 책상에서 만든 티가 난다. 수업 중 자는 아이를 깨워도 정서적 학대로 신고 당하는 현실에서, 고시보다 상위법인 아동학대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실행에 옮기기 불가능한 내용이 많다.

고시의 실효성에 교사들도 의문을 제기한다. 지금처럼 교권이 추락한 상황에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하지 말라!”는 경고가 먹힐 가능성은 없다. 경고를 무시한 학생이 교실 뒤나 밖으로 나가라는 말도 따르지 않으면 교사 체면만 구긴다. 설령 나가도 딴짓하며 수업을 계속 방해하고, 아예 학교 밖으로 무단이탈 할 가능성이 더 크다. 무단이탈 해 사고라도 나면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학부모는 당연히 소송하고 책임은 오롯이 교사 몫이다.

휴대전화는 등교하면 수거 후 보관을 의무화하고, 점심시간이나 등하교 시 돌려주도록 고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학교 차원에서 수거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수업 중 사용했다고 교사 개인이 압수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휴대전화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고, 분리불안증세까지 보이는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압수당하면, 발악 수준에 가깝도록 교사에게 폭언과 물리적 폭력을 가하며 대들게 뻔하다. 학교에서 휴대전화나 태블릿 등을 이용해 수업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 컴퓨터 과목 시간 외에는 금지해야 아이들을 스마트폰에서 조금이라도 멀리하게 할 수 있다.

학교도 경찰청이나 구청 등의 민원실처럼 하나의 민원창구를 운영해 교사가 원하지 않으면 학부모를 직접 상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강하게 처벌하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 악성 민원을 반복하는 학부모를 상대하는 법률 대응팀을 교육청 단위로 구성해 맞고소나 모욕죄, 명예훼손죄로 고소·고발하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현직 교사가 참여해 현실을 반영한 대책을 만들어야 학교 현장에서 적용이 가능한 대책이 나온다. 수업 방해 행위로 교사가 판단할 때 경고장을 발부하고, 경고장이 3회 이상 누적되면 부모에게 상담 의무화, 5회 이상 누적되면 전문가에게 치료받은 진료기록을 제출토록 하고 이를 위반할 때 등교 정지까지 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중학교까지는 의무 교육이라 퇴학시킬 수 없지만, 경고가 누적되면 횟수에 따른 학교 차원의 강한 처벌을 마련해야 그나마 고시가 실효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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