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LF, 인도 마니푸르주 사태 담긴 보고서 공개

인도 북동부의 마니푸르주의 기독교 박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기독교 박해 관련. (출처:한국교회언론회)
인도 북동부의 마니푸르주의 기독교 박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기독교 박해 관련. (출처:한국교회언론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월 4일, 인도 마니푸르주에 있는 파이놈 마을은 도끼, 칼, 총으로 무장한 메이테이 공동체의 공격을 받았다. 마을은 약탈당하고 불에 탔다. 마니푸르 경찰은 마을 사람들을 구했으나 폭도에게 넘겼다. 폭도는 먼저 남성들을 살해한 다음, 여성들을 강제로 나체로 행진하게 하고 집단 성폭행했다. 피해자 중에는 한 여성의 아버지와 남동생도 있었다.’ 

최근 인도의 거리에서 기독교인 여성 2명이 나체로 남성들에게 끌려다니다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동영상이 확산해 충격을 준 가운데, 인도 동북부 마니푸르주 지역 부족 회의인 ‘원주민부족지도자포럼(ITLF)’이 공개한 종교충돌 사태 보고서는 충격적인 폭력 실태를 다루고 있다. 

앞서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도 마니푸르주에서는 힌두교도인 메이테이족과 기독교 공동체 부족인 쿠키족 간 갈등이 터지며 무력충돌이 발생했다. 특정 부족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을 둘러싼 부족 간 갈등에서 촉발된 사태지만 이면에는 종교박해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보고서에는 충돌이 시작된 5월 3일부터 7월 6일 사이의 쿠키족 여성들의 피해를 주로 다루고 있다. ITLF에 따르면 5월 3일 이후 마니푸르에서는 최소 129명의 쿠키족 부족민들이 사망했고, 292개의 마을이 불에 탔으며 4550채 이상의 집이 불에 타거나 파괴됐으며 357개의 교회와 종교 건물이 불에 탔다. 

수만명의 기독교인들은 인근 지역으로 피신하거나 주정부가 마련한 대피소 등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쿠키족 부족민들이 입은 피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5월 3일, 마니푸르주에 있는 임팔 지역에서 기독교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던 쿠키족 여성 A씨는 약 100여명의 폭도들에게 극심한 폭행을 당했다. A씨를 구하려던 아들마저 폭행당하고 하수구에 버려졌다. A씨의 집은 약탈당하고 불에 탔다.’

‘5월 4일, 또 다른 쿠키족 여성 B씨는 차를 타고 가족과 함께 피난처를 찾다가 약 200~250명의 폭도에게 포위당했다. B씨의 차량은 순식간에 파손됐고, B씨와 남편과 시어머니는 구타를 당했다. B씨는 두개골 골절, 뇌혈전,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고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B씨는 퇴원 이후 남편과 시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됐다.’

이 외에도 쿠키족 부족 여성들에 대한 극악무도한 살인과 강간 피해도 보고서에 수록됐다. 보고서는 “캉폭피 지역의 45세 과부 C씨가 몸이 절단돼 불에 타는 것을 현지 목사가 확인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마니푸르주는 온갖 부족들이 섞인 지역으로 긴 시간 민족 종교적 갈등 관계에 있었다. 메이테이주는 주민의 대대수를 차지하며 평야 지대에 거주했고, 쿠키족을 비롯한 여러 소수부족은 산 지대에 거주해왔다.

부족민은 인도에서 원주민으로 분류되며 최하층에 속한다. 인도 정부는 쿠키족 등 일부 소수 부족을 지정부족(ST)으로 정해 대학교 입학, 공무원 채용, 토지구매와 관련된 정원 할당 등 여러 혜택을 줬다.

그러던 중 최근 마니푸르주 고등법원이 메이테이를 ST에 포함하라는 판단을 내렸고 불만이 폭발했다. ST에 이미 편입된 소수부족들이 자신들이 받을 혜택을 빼앗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 결국 시위가 벌어졌고 이는 유혈 사태로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분란을 만든 이번 법원 판결에는 집권 여당이자 힌두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인도인민당의 행보와 연관이 깊다는 해석이 나왔다.

때문에 이번 갈등이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정부가 부추긴 기독교 탄압이라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주 정부 등 대부분 힌두교인 공권력이 학살 사태를 방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선교사 D씨는 개신교 매체 크리스천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메이테이족인 주지사는 물론 주 정부의 어떤 공권력도 쿠키족을 보호하거나 범죄자들을 처벌하려 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쿠키족은 범죄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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