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향상” “안수 먼저”
예장합동 공청회서 입장차만
9월 총회 전까지 접접찾을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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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여성 목사를 바라보는 한국교회 시각이 여전히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국내 교단 중 거의 유일하게 ‘여성 목사 안수’를 불허하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는 최근 공청회를 열고 여성 안수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지난 26일 교계에 따르면 예장합동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사역개발위원회(위원장 김학목 목사)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총회회관에서 ‘여성사역자 지위 향상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최근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해야 한다는 교단 내 여론이 확산함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한 설문조사 결과, 예장합동 산하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여성 인재들이 목사 안수를 받고자 다른 교단으로 대거 이탈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오는 9월 제108회 정기총회를 앞두고 ‘여성 안수를 허락해 달라’는 요구가 교단 안팎에서 잇따랐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는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 대신,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예장합동 총회장 권순웅 목사는 설교를 통해 “여성 사사 드보라는 은사를 통해 하나님의 종으로 크게 쓰임 받았다”면서 “여성사역자들이 하나님께 쓰임 받도록 사역을 확장해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교단에는 헌법과 전통이 있고 이는 존중돼야 한다”며 “어떤 상황에든 시대적 요구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에 중심을 두자”고 했다. 

사실상 여성 안수를 금지하는 교단의 헌법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예장합동은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14:34)’와 ‘여자는 일체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딤전2:11)’ 등 성경 구절을 인용해 여성 목사 안수가 비성경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예장합동 내에서는 종종 목사들의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다. 2003년 당시 예장합동 총회장 임태득 목사는 신대학교 수요예배 설교 중 “여자가 기저귀 차고 어딜 강단에 올라와”라는 등의 발언을 해 ‘여성 비하’라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교단 내에서는 여성안수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8일부터 6월 22일까지 총 205명의 교단 목사·장로들에게 ‘여성 안수 시행’에 대한 의견을 묻자 찬성한다는 응답이 73.6%(151명)에 달했다. 반대는 24.3%(50명)로 나타났다. 

여성 안수 시행을 찬성하는 이유로는 ‘사역의 전문성 때문’이란 응답이 36.5%(7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남녀 사역이 평등해야 하기 때문(27.3%, 56명)’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20.0%, 41명)’ ‘교역자 수급에 도움이 되기 때문(7.8%, 16명)’ ‘성경적이기 때문(3.9%, 8명)’ ‘정통 개혁주의 신학 입장에서 볼 때 타당하기 때문(2.9%, 6명)’순이었다.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예장합동에서 여성안수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안수를 바라보는 예장합동 총대(총회대의원)들의 시선은 대부분 싸늘하기 때문이다. 예장합동은 그동안 정기총회에 여성 안수 청원이 7차례나 올라왔지만 모두 무산된 이력이 있다. 지난 107회기 총회에서는 ‘여성 안수’ 대신 ‘강도권’ 등 교단 내 여성 사역자들의 지위에 대한 문제를 연구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주님의교회 고경태 목사 역시 “여성 안수는 신학의 영역”이라며 “지위 향상 문제와는 별개로 여성 안수 문제는 신학적으로 현행 유지돼야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 안수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날 우여곡절 끝에 발제한 총회여성사역자위원회 자문위원인 전주열린문교회 이광우 목사는 “여성사역자는 함께 두 날개로 동역해야 할 관계”라며 “신약성경만 봐도 예수 그리스도의 방침에 따라 초대교회 사도들과 동역했던 유능한 여성 지도자들이 많이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 안수를 불허하고 있는 교단 상황에 대해 “사역 현장에서 교단 신학에 따라 여성 사역에 대한 방침이 일관성있게 실천되고 있는가”라며 “여성 안수권을 논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은 남자 혹은 여자의 권리가 아닌 ‘하나님의 의도’와 ‘예수님의 관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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