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합창’ 문제 삼아
예술의 자유 침해 목소리 제기
조계종, 범불교적 대응 예고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베토벤 교향곡 ‘합창’이 종교 편향이라며 공연 불가 판정을 내린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종교화합위)가 논란 끝에 결국 폐지됐다. 폐지될 경우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조계종 종교편향특위)가 범불교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불교계 반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종교화합위는 애초 종교 간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2021년 대구시립예술단 예술감독·단원들의 종교 중립 의무 강화, 예술계·종교계 화합·발전방안 모색 등을 위해 조례를 개정해 설치했다.

그러나 설립 목적과 달리 종교화합위가 사전검열적 기능으로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기구처럼 운영된다는 목소리가 그간 지역 예술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종교 편향성 시비에 걸린 것은 지난 4월 불거진 베토벤 제9번 교향곡 ‘합창’ 공연 취소 사건이다.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기념 대구시립교향악단·합창단 공연 레퍼토리에 포함된 베토벤 교향곡 합창에 대해 종교계 자문위원 중 1명이 합창 가사 중에 ‘신(神)’이라는 글자를 문제 삼으면서 문제가 됐다.

대구시립예술단(교향악단·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극단·국악단·무용단)은 조례에 따라 공연 전 종교화합위 심의를 거쳐야 했고, 공연 한 달 전 급하게 내려진 결정에 곡을 변경하기 어려워 공연은 취소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는 종교화합위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폐지 방침을 세워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시의회는 최근 정례회에서 종교화합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가결했다. 개정 조례안에는 ▲종교화합 자문위원회 관련 규정 전문삭제 ▲종교편향 방지 기능 강화를 위한 단서조항 신설 ▲직책단원의 위촉연령 신설 등이 담겼다.

종교화합위 폐지 결정에 조계종 종교편향특위는 즉각 반발하며 시의회와 시청을 잇따라 방문, 종교화합위 존치를 요구했다. 조계종 종교편향특위는 지난 14일 김재우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을 찾은 데 이어 19일에는 김종한 대구시 행정부시장 등 시 관계자를 만났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종교화합위가 폐지된다면 규탄 성명 발표 등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3일에는 관련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언론들도 이들의 입장을 대면, 불교계 여론을 무시했다며 대구시와 시의회 등을 비판하는 기사를 연신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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