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교단 남침례회
女 목사 안수 교회들 퇴출
한국서도 여성 안수 논란

2023년 미국 개신교단의 정기총회에서는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사진은 최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남침례회 연례 총회에서 대의원들이 여성 목사를 허용한 새들백교회를 제명하는 데 동의하는 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출처:뱁티스트 프레스 트위터 캡처)
2023년 미국 개신교단의 정기총회에서는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사진은 최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남침례회 연례 총회에서 대의원들이 여성 목사를 허용한 새들백교회를 제명하는 데 동의하는 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출처:뱁티스트 프레스 트위터 캡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오는 9월 주요 교단들의 정기총회를 앞두고 국내 개신교계에서 여성 목사를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성 목사 안수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개신교 전반에 걸친 논쟁거리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교단들은 최근 개최된 2023년 정기총회에서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해 다뤘다.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미국 개신교 최대 교단인 남침례회는 여성 목사를 세운 교회들을 퇴출시키고, 목사 직분을 오직 ‘남성’으로 제한하는 1차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가 하면, 또 다른 교단은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했다. 

◆남침례교, ‘女목사’ 새들백교회 제명

여성 목사 안수는 미국 교계의 오랜 이슈다. 현재 남침례교와 PCA, 한인 교단 중에는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등이 여성 목회자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2018년 통계 기준 미국 내 개신교 목회자의 약 20%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뱁티스트 프레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남침례회 2023년 연례총회에서는 여성에게 목사직을 허용한 새들백교회를 퇴출시키기로 한 결정을 유지했다. 총회 대의원들은 남침례교 헌법인 ‘침례교 신앙과 메시지’에 명시된 ‘목사는 남성으로 한다’는 원칙에 따라 새들백교회와 관계를 끝내는 것에 압도적으로 동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새들백교회는 12개 이상의 지교회를 운영하며 주일예배 참석자가 3만명에 달하는 대형교회로 꼽힌다. 이 교회는 앞서 지난 2021년 여성 목사 3명을 안수해 목사의 직분을 남성에게 한정하고 있는 남침례회와 갈등을 빚었다. 남침례회는 지난해 새들백교회와 교류를 단절했고, 이번 총회에서 퇴출을 확정 지었다. 

아울러 남침례교는 목사·장로·감독의 직분을 오직 남자로 제한하는 헌법 개정안을 1차로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총회 측은 “남성과 여성 모두 교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은사를 받았지만, 목사 장로 감독의 직분은 성경에 의해 자격을 갖춘 남성에게만 국한된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비슷한 시기 진행된 미국 C&MA 교단 정기총회에서는 여성 목사 안수를 전격 허용키로 결정했다. 그간 C&MA 교단에서는 남성과 여성 지도자들이 2년의 훈련 및 심사 과정을 같이 거쳐도 성별로 인해 여성은 안수를 받지 못했다. 교단은 이번 총회에서 남성과 여성 성별 구분을 없애고 남녀 모두에게 똑같은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C&MA 교단에서 훈련과 심사를 거쳐 자격을 갖춘 여성이라면 누구든 목회 직을 맡을 수 있다. 

◆국내도 여성 목사 찬반 팽팽

여성 안수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건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주요 10대 교단 중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고신, 합신 등 3대 보수 교단만이 여성안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여성 목사 안수를 둘러싼 논쟁은 팽팽하다. 교회 내 성차별이라는 주장과 성경적으로 남녀의 역할을 구분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하는 측은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린도전서 14장34절)’ 등 성경이 말하는 남녀 질서를 시대 변화와는 상관없이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하는 한 목회자는 “여성 목사 안수 문제는 차별이나 성별의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라 성경이 정한 질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과 같은 구별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여성을 차별하자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로 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권리신장의 요구가 커지면서 여성 목사 허용에 대한 주장은 점점 더 힘을 받고 있다. 교회 내 가부장적 사고를 탈피하고 성직도 동등하게 허락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대다수 개신교단이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반영된다. 

일각에서는 여성 목사 안수 문제가 교단의 부흥과 쇠퇴마저 가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최근 예장합동의 경우, 교단 산하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여성 인재 이탈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들이 목사 안수를 받고자 타 교단으로 대거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장합동 산하 총신대학교 법인이사 전주열린문교회 이광우 목사는 “교단의 교세가 예장통합보다 2배 속도로 감소해가는 이 심각한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망정 남성 우월주의 성경해석에 매몰돼 하나님이 세우신 귀한 여성 동역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며 여성 목사 안수를 불허하는 교단을 향해 쓴소리를 뱉기도 했다. 

남침례회와 여성 안수 문제로 갈등을 빚은 새들백교회 전 담임인 릭 워렌 목사는 “남침례회 교인 수는 수년 동안 감소하는 등 전례 없는 쇠퇴를 맞고 있다”며 “교단을 부흥시킬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바로 여성 사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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