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부모님 20년째 간병 생활
‘10년 투병’ 父, 작년 2월 별세
‘반찬 나눔 가족봉사단’ 꾸려
“백반집 차려 함께 나누고파”

최정아 양천구자원봉사센터 캠프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20.
최정아 양천구자원봉사센터 캠프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20.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그때는 되게 힘들고 ‘그냥 다 죽어버릴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그게 지나고 나서 감사한 시간이 됐어요. 가진 거는 없어졌는데 그래도 행복합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성경 시편 119편 한 구절의 일부분이다. 이대로 삶을 체화시키고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가 있다. 치과 치료 중 심장마비와 뇌 손상으로 갑자기 의식을 잃은 아버지에게 간병을 해오던 중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그는 바로 최정아(53, 여) 서울 양천구자원봉사센터 캠프장이다.

기자는 최근 본지 사무실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봉사활동이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는 최 캠프장을 만났다. 힘든 여정을 걸어왔지만, 자신에게 많은 것으로 채워졌다는 그는 걸어왔던 삶의 보따리를 풀고 하나씩 사연들을 끄집어낼 때 잔잔하게 얘기하면서도 감정이 북받쳐 이따금 눈물을 머금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2021년 ‘효행·선행’ 양천구민상 받아

최 캠프장은 2년 전 예상치 못한 상을 받았다. 뇌병변 반신마비 증세의 친정어머니를 20년째 봉양,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장애, 사지마비 증세를 보이고 계셨던 친정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간병, 어려운 상황에도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 전개(929시간)로 효행·선행 부문에서 2021년 양천구민 상을 수여했다.

최 캠프장은 간병했을 당시 친정아버지에 대한 마음과 그 이후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만 소통할 수 있어도 ‘가족 곁에 딱 10년만 함께 있게 해달라’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했다. 그런 그의 바란 대로 아버지가 병상에 누운 지 만 10년째인 지난해 2월 하늘나라에 올라갔다.

10년 동안의 간병을 마치고 이제는 여유가 조금 생겼지만, 지난해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네가 힘들게 아버지를 간병했는데 나까지 이렇게 돼서 내가 너 볼 면목이 없다”고 말하자, 최 캠프장은 “엄마 그런 거 생각하지 마. 엄마는 말이라도 하고 내가 전화하면 받을 수 있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를 간병하는 과정에서 삶의 질은 낮아졌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으며,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간병에 들어간 비용으로 인해 갖고 있던 아파트 2채를 팔았고 남의 집에서 살고 있으나, 5년 전부터 주위 이웃 몇몇과 함께 회비를 거둬 ‘반찬 나눔 가족봉사단’을 꾸려 매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반찬을 독거하는 어르신에게 배달하면서 안부를 묻고 청소까지 하면서 좋은 반응이 이어지자 규모가 확장됐다.

최정아 양천구자원봉사센터 캠프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천지일보 2023.06.20.
최정아 양천구자원봉사센터 캠프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천지일보 2023.06.20.

◆41년째 살면서 동네 어르신들과 친숙

최 캠프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 양천구 신월2동으로 이사 와서 현재까지 41년째 쭉 살아오고 있다. 오랜 기간 살면서 자연스럽게 이웃들의 축적된 삶의 정보들을 얻은 상태에서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주위에 어려운 어르신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알던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는데 그분들 중 자식한테 버림을 받은 분도 계시고 남한테 도움의 손길을 못 내밀고 어렵게 사시는 분도 계셨다”며 “그런 정보들을 다 알고 있었던 상태에서 아버지가 병을 앓자 어려운 이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쪽으로 손이 뻗쳐졌고, 자연스럽게 자원봉사나 마을공동체 활동이나 복지 사각지대 분들 가정을 위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누구를 연결해 줘야 할까’ 쉴 새 없이 그런 생각들을 하고 실행에 옮겼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특히 최 캠프장은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이 간병의 고된 삶으로 얻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그때 봉사활동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봉사활동 하면서 집에 와서는 간병하고 틈틈이 돈도 벌면서 한창 공부하는 딸아이도 챙겨야 하는 1인 4~5역의 바쁜 삶을 살다 보니 나쁜 생각할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 캠프장은 7명의 팀원과 매달 함께 정기적으로 하는 독거 어르신들에게 음식 나눠주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원래는 9명이었으나 간병하던 중 2명은 병을 얻어 현재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팀원 중 미용을 잘하는 봉사자가 있으면 그 사람이 주축이 돼 미용 봉사를 같이 다니고, 텃밭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농사를 짓는 데 가서 봉사한다”며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협업을 강조했다.

복지관 치매 어르신들께 손발 마사지 봉사활동 하는 최정아 캠프장.
복지관 치매 어르신들께 손발 마사지 봉사활동 하는 최정아 캠프장.

◆코로나19 기간에도 비대면 ‘반찬 나눔’

코로나19 기간에도 이들의 봉사활동은 이어졌다. 주민센터에서 대면하지 말고 모든 봉사활동을 중단하라는 공지가 와서 신월2동 자원봉사캠프도 활동을 중단하려고 했다.

최 캠프장은 “마지막으로 어르신들의 집을 돌면서 인사하는 과정에서 적십자와 주민센터 등에서 코로나라고 반찬을 안 갖다준다는 말을 들었다”며 “어르신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와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을 해 차마 안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기관의 주방이 폐쇄돼 사용할 수 없게 돼 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비대면으로 어르신들의 집 문고리에 반찬을 걸어놓는 방식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해 왔다.

최 캠프장은 현재 그가 다니는 교회에서 약 700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주방장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지역의 독거 어르신 등 어려운 이웃이 걱정 없이 끼니를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백반 가게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최 캠프장은 “하나님께서 백반 가게를 열기 전에 교회 식당 봉사를 통해 준비할 기회를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그냥 소박한 백반집을 하나 낼 건데 잘 돼서 어려운 분들이 많이 와서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