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국회 1인1표 소선거구제
6대총선 비례대표 ‘전국구’ 도입
13대부터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17대 총선, 1인 2표 제도 도입
21대에 준연동형 비례 방식으로
개편안 두고 정당별 셈법 복잡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1동주민센터 3층에 마련된 도봉1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1동주민센터 3층에 마련된 도봉1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DB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제 22대 총선이 약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선거구제 개편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란히 선거구제 개편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선거제도의 기대를 품는 이들도 많았으나 그 이면은 여전히 복잡한 상황이다.

정치인과 후보들의 셈법에 따라 저항이 만만치 않고 정당별로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 또 수도권과 지방, 지역구·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따라 희망하는 선거제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이 나지 않고 있다.

현 선거제는 비례대표제 도입(1963년), 중선거구제 도입(1973년), 소선거구제 환원(1988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2020년) 등 4차례 중대한 개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독식체제, 지역감정에 의한 텃밭 정치, 사표 양산과 위성정당 등과 같은 문제는 여전히 정치권이 풀어야 할 큰 숙제로 남아있다.

◆소선거구제로 시작한 제헌국회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광복 후 첫 국회인 제헌국회의 선거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시작됐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는 작은 지역구 단위에서 1위 득표자를 선출하는 제도다. 당시 기록을 보면 200명을 선출하는 선거에 94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때 채택된 선거 방식은 제4대 총선(1958년)까지 이어졌다.

제5대 총선(1960년)은 변화가 생겼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부가 물러나면서 의원내각제에 따른 양원제가 도입됐다. 의원내각제는 다수당이 총리를 내고, 정부 내각을 구성하는 제도다. 제5대 총선에서 하원 격인 민의원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상원 격인 참의원은 ‘제한연기투표제(2명 이상 이름을 기재할 수 있는 방식)’를 사용했다. 민의원은 233석, 참의원은 58석으로 이뤄졌다. 참의원의 경우 ‘대선거구’를 사용했는데, 제주는 2인, 강원·충북 4인, 나머지 시·도에선 6∼8인을 선출했다.

5.16 군사쿠데타 직후 치러진 제6대 총선(1963년)엔 일종의 비례대표제인 ‘전국선거구’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전국구 의석은 의원정수의 1/3이었다. 지역구 선거는 1구 1인 최다 득표제를 유지했고, 전국구 의석은 지역구 선거 투표율에 따라 배분했다. 최다 득표한 제1당에 유리한 방식이었다.

◆9대 총선, 중선거구제 단기비이양식 도입

제9대 총선(1973년)에선 선거 방식이 또다시 변경됐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10월 유신 이후 도입된 개정 선거법은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1구 2인의 ‘중선거구제 단기비이양식’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단기비이양식은 하나의 선거구에 복수의 후보자가 복수 의석을 놓고 경쟁하게 되는데, 각각의 유권자는 1명의 후보자에게만 투표함으로써 득표수 상위에서부터 해당 선거구 의석수만큼 당선자가 결정되는 제도다. 특정 정당의 독주를 막고자 도입하고 있는 선거제도다. 그러나 제9대 총선에선 ‘중선거구제 단기비이양식’을 도입하는 동시에 전국선거구제를 폐지하고, 대신 전체 의석의 1/3은 ‘통일주체국민회의 간선’으로 선출하도록 했다. 대통령이 의석 1/3을 추천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이를 추인하는 형식이라 사실상 국회의원 임명제였다. 이 제도로 당시 여당은 전체 의석의 1/3을 자동 확보할 수 있었다.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이틀째 이어졌다. 이날 마지막 발언자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2.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이틀째 이어졌다. 이날 마지막 발언자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2.

◆전국구제 부활과 ‘비례대표’ 탄생

제11대 총선(1981년) 때는 전국선거구제가 부활했다. 1979년 12.12 사태로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한 이후였다. 신군부는 지역구 선거에선 ‘중선거구 단기비이양식’을 유지하고, 전국구 의석은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되도록 정했다. 이 또한 여권에 유리한 선거제도였다. 지역구 의석수 1위 정당은 전국구 의원 정수의 2/3를 얻었고, 나머지 의석은 제2당이 받았다.

제13대 총선(1988년)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였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그해 3월 선거법을 개정해 지역구 선거 방식을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다시 돌렸다. 이후 지역구 선거 방식은 현재까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국선거구 의석 배분 방식은 계속해 변화했다.

제16대 총선(2000년)부터는 전국구 의석을 ‘비례대표’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 명칭이 오늘날까지 통용되고 있다. 제17대 총선(2004년)부터는 ‘1인 2표’ 제도가 도입됐다. 1표는 지역구 선거 후보를 대상으로, 1표는 비례대표 선출을 위해 정당을 대상으로 행사된다.

◆2020년 위성정당의 탄생

21대 총선(2020년)에서는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알아야 한다. 연동형은 ‘비례대표 의석이 지역구 의석과 정당 득표에 맞춰 연동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역구 의석은 적지만, 정당 득표는 많은 정당을 배려하는 투표제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에 불리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숙원 과제인 검찰개혁을 담은 사법 개혁안을 어떻게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야 했는데, 2019년 4월 당시 국회 의석 분포상 민주당 자력으론 불가능했다.

이에 민주당은 보수정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에 사법 개혁안과 선거제 개편 법안을 제시했고, 21대 총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로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민주당은 군소정당들과 소(小)연정을 구상하며 협상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탄생시켰다.

기존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인 47석을 배분하는 방식이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를 산출한 후 그 의석수의 50%만을 각 정당의 의석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30석 연동형 캡(상한선)이 적용되면서 의석 배분방식이 복잡해졌다. 즉 30석 연동형 캡이란, 비례의석 47석 중 30석에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석 배분방식을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기존의 비례의석배분 방식인 병립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제도 자체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누더기 선거법’이란 비판도 낳았다.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거대 정당에는 불리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이에 비례대표 의석에서 손해를 보기 싫은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정당의 모든 기능을 포기하고 오로지 선거에서 편법으로 더 많은 의석을 얻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 ‘꼼수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천지일보=윤신우 기자] ⓒ천지일보 2023.04.12.
[천지일보=윤신우 기자] ⓒ천지일보 2023.04.12.

◆선거제 놓고 이해득실 엇갈린 여야

이러한 과정을 거쳐온 현재 국회는 선거제도 개혁이란 숙제에 직면했다. 10일부터 299명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내년 총선 선거제 개편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인다. 10일 비례대표제, 11일 지역구, 12일은 기타 쟁점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 뒤 13일 종합 토론을 가진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30일 전원위에 상정된 선거제 개편안은 3개다.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1안)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2안)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3안)이다.

1안의 핵심은 대도시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3∼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를 도입하고, 농어촌 지역에선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해 선거구당 1명을 뽑는 것이다. 2018년 자유한국당 시절에도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던 국민의힘이 이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수도권에서 의석을 더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의 경우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55.63%, 국민의힘이 42.08%를 얻었지만 의석수는 민주당 41석, 국민의힘 8석으로 크게 벌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민주당의 수도권 독식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수도권 의석은 국민의힘에 내주는 반면 농어촌 지역은 소선거구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의석을 가져오기가 어렵다. 절대 받을 수 없는 안”이라고 강조했다.

2안은 정의당 등 제3당에 가장 유리한 선거제 개편안으로 꼽힌다.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이 한 선거구에서 4∼7인을 뽑는 대선거구제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구당 4∼7인을 뽑으면 거대 양당 외에 제3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다만 지역구 의원을 뽑을 때 정당과 각 정당 소속 후보에게 각각 투표를 하는 개방명부식은 유권자들에게 익숙지 않다.

3안은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원은 소선거구제로 뽑고, 비례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뽑는 21대 총선 방식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안은 21대 총선과 달리 비례대표를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별로 뽑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포함해 180석이 당선돼 현역 의원이 가장 많은 민주당 입장에선 선거제를 바꿔 혼란을 초래하기보다는 최대한 현상 유지를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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