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결재 법어 내려
“행주좌와가 수행이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출가한 승려들이 여름동안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오직 수행에 집중하는 하안거(夏安居) 정진이 시작됐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자들이 108배 등 불교의식으로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출가한 승려들이 여름동안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오직 수행에 집중하는 하안거(夏安居) 정진이 시작됐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자들이 108배 등 불교의식으로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9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오늘(3일)은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000여명의 수좌(선방 스님)가 3개월간 한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고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하안거에 돌입한다. 불기 2567년 계묘년 하안거는 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 진행된다.

부단한 정진을 당부하기 위해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종단의 원로 격인 정신적 지주) 중봉 성파스님은 하안거를 앞두고 ‘행주좌와(行住坐臥)가 수행’이라는 결제 법어를 내렸다. 행주좌와는 걷고, 정지하고, 앉고, 눕는 4가지 동작으로, 인간의 대표되는 일상 행위를 통해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사람은 모든 규칙에 어긋남이 없이 마음과 형식이 조화를 이루는 기거행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파스님은 “도(道)를 배우는 사람이 참됨을 알지 못하고, 다만 본래의 알음알이를 잘못 알기 때문이다. 끝없는 옛적부터 생사의 근본이거늘, 어리석은 사람은 본래의 몸이라 하도다”라고 설법했다.

이어 “마음자리를 수시로 말했고, 보리 또한 그럴 뿐이네, 사(事)와 이(理)에 모두 걸림이 없으면, 나는 자리가 곧 나지 않는 자리일세”라는 두 편의 게송을 통해 안거 수행에 정진할 수좌들에게 모든 방편이 곧 수행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결계가 원만했고 대중이 화합하며, 단월의 후원이 지극하니 수행의 인(因)이 원만하도다”라며 “올해 결제의 인연으로 일체무명이 소멸하고 본성이 확연히 드러나 본분사를 마친 대자유인이 돼야 하리라”라고 강조했다.

성파스님이 지난 3월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봉정 받은 불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성파스님이 지난 3월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봉정 받은 불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앞으로 석 달 동안 스님들은 새벽 3시에 기상해 밤 9시에 취침하면서 매일 108배를 하고 화두만을 든 채 하루 10시간씩 참선을 한다. 철저한 대중생활을 하게 되며 참선 장소인 큰 방에서는 묵언해야 하고, 선원 밖으로는 출입할 수 없게 된다. 또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거나, 물건을 부수고 분열을 일으키는 일을 하면 안 된다.

하안거는 인도에서 유래됐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 석 달 동안 수행자들이 한곳에 머물면서 좌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다. 안거는 산스크리트(법어)의 ‘바르샤’를 번역한 말인데 우기(雨期)를 뜻하며 하행(夏行) 하경(夏經) 하단(夏斷) 하좌(夏坐) 좌하(坐夏) 백하(白夏) 등으로 불린다.

인도에서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우기가 되면 땅속에서 작은 벌레들이 기어 나오기 때문에 걸어 다니다 보면 벌레들을 밟아 죽일 염려가 있었고 또 교통이 불편한데다가 각종 질병이 나도는 경우도 있어서 돌아다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부처는 제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기의 석 달 동안 돌아다니는 것을 중지하도록 했는데, 여기에서 안거가 유래됐다.

몇 안거를 났느냐에 따라 승려의 수행 이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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