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종교 배척 말고 포용을”
석탄일 하루 2차례 SNS 글
“기독교 표 다 떨어질 것”
개신교인들 비난 댓글 확산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대구 북구 엑스코(서관 5층)에서 열린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 기념 대구시 전 직원 조회’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4.17.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대구 북구 엑스코(서관 5층)에서 열린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 기념 대구시 전 직원 조회’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제공: 대구시) ⓒ천지일보 2023.04.1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대구 주택가 이슬람 사원(모스크) 건립을 놓고 주민들과 건축주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모든 종교는 평등하다며 이슬람을 포용하자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등 일부 개신교인을 중심으로 홍 시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잇따르고 있다.

홍 시장은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내 종교가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타 종교도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구가 세계 속의 대구로 나갈려면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모든 종교도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날 올린 다른 글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이슬람도 그냥 하나의 종교일 뿐”이라며 기독교와 이슬람이 사실상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테러리스트라는 극단적인 이슬람은 0.1%도 되지 않는다”면서 “서로 증오하지 않고 포용하며 각자의 종교만 믿으면 된다”고 했다. 

(출처:페이스북)
(출처:페이스북)

홍 시장의 발언은 대구 북구 경북대 인근 이슬람 사원 건축 관련해 주민들과 이슬람 외국인과의 갈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사원 건립을 두고 주민들과 건축주, 북구청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 속에서도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던 홍 시장이 하루에 두 번씩이나 SNS에 이슬람 포용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은 의미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홍 시장의 글에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보수 개신교인들을 중심으로 이슬람 포용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댓글이 수천개가 달리는 등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어떻게 뿌리가 같냐” “무슬림이 전부 테러리스트는 아니어도 극단 테러리스트는 이슬람 출신 아니냐” “이슬람은 대한민국에 있어선 안 되는 존재” “기독교 표 다 떨어진다” “홍준표 실망이다” 등 비판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16일 대구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무슬림 단체 등이 이슬람사원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연합뉴스, 뉴시스)
16일 대구 북구청 앞에서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왼쪽). 같은 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무슬림 단체 등이 이슬람사원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연합뉴스, 뉴시스)

◆ 보수 개신교 개입, 종교 갈등 우려도 

이슬람사원을 둘러싼 갈등은 2020년 9월 대구 북구가 주택밀집지역에 연면적 245.14㎡, 지상 2층 규모의 이슬람사원 건축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이슬람 종교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알게된 주민들이 북구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건립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그러자 사원 건축주가 대구 북구를 상대로 ‘공사중지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대구지법은 지난해 12월 1일 “공사중지 처분에 절차적 위법 사유가 있다. 집단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사중지 처분을 내릴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주민들이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2심에 이어 대법원도 건축주의 손을 들어줬고, 원심이 확정됐지만 갈등은 여전히 극심하다.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언론 등이 이슬람 사원의 권리만 주장하고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다는 주민들의 입장을 무시하면서 혐오·차별이라고 선동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금기시하고 죄악으로 생각하는 이슬람을 상대로 일부 주민들이 사원 앞에 돼지 머리를 둔다거나, 삼겹살을 구워 먹는 행사를 벌이는 것은 이슬람을 존중하지 않는 명백한 혐오·차별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DB
지난달 2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DB

최근에는 이슬람에 강한 반감을 표출해 온 보수 개신교가 이슬람 사원 건립 저지에 개입하면서 ‘종교 갈등’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서울시기독교총연합회, 기독교가치수호연대 등 보수 성향의 개신교 단체들은 지난 20일 대구 도심에서 열린 ‘대구 대현동 주민보호, 국민 주권 침해 규탄 국민대회·기도회’ 공동 주최를 맡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이슬람 배척을 선동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만석 목사는 “대현동 사건은 이슬람 침투의 교두보”라며 “유럽은 무슬림을 받아들인 결과 수많은 테러로 사람들이 죽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슬람은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세상을 원하며,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언론·표현의 자유와 남녀평등이 없으며, 배교자를 죽이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한 교계의 비판도 적지 않다.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유포하는 식의 선교 전략을 한국교회가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복교연)은 지난 1월 19일 교회단체 20곳, 개인 140명이 연명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부 한국교회가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노골적으로 유포해왔다”며 “그간 타 문화권에 전투적·공격적 선교 전략을 펼쳐 온 한국교회가 이제는 정복주의와 배제·혐오의 선교 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슬람과 같은 불특정 집단을 테러리스트로 몰아가서는 안 되며, 그런 행위야말로 진짜 테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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