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건설 노동자 양회동씨가 분신한 지 18일이 지났다. 속이 타들어 갈 가족들과 노동조합 동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고인의 죽음을 두고 분신 방조설이 등장했다. 불을 지핀 곳은 조선일보다. 이 매체는 숱한 가짜뉴스를 양산한 전력을 갖고 있다. 김일성도 피살됐다고 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요 인사들을 죽였다 살렸다 했다. 이력이 화려하다. 세계에 이런 신문은 단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를 앞뒤로 아무리 뜯어 봐도 출처도 근거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게 없다. 소설 수준의 추리로 일관하면서도 노동조합에 대한 나쁜 인상을 남기려는 의도는 명확히 담았다. 글 제목이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이다. 매우 선동적이다.

조선일보는 노동조합 간부가 죽음을 방조했다고 말하고 있다. 분신하는 데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기사 내용으로도 뒷받침이 안 되는 데도 악의에 찬 제목을 뽑은 것은 조선일보가 노동조합에 뿌리 깊은 적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강릉경찰서 관계자는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노조 간부는 계속 말렸다고 한다.

신문은 “(양회동씨가) 바로 불을 지른 게 아니고 주위에 시너를 뿌려둔 뒤 동료가 왔을 때도 라이터를 든 채 ‘가까이 오지 마라. 여기 시너 뿌려놨다’고 경고해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괜히 다가갔다가 자극받은 양씨가 라이터를 먼저 당길 수도 있고, 만약 들어가서 말렸다면, 둘 다 같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전하고 있다.

기사라고 부를 수도 없는 글을 인용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다. 분신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공직자다. 원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신의 동료가 시너를 몸에 뿌리고 불을 붙이던 현장에 있던 건설노조 간부가 이를 말리지 않고 한참 동안 바라만 봤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인 일입니다. 한 인간의 안타까운 죽음에 놀랐던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조선일보 기자도 “노조 간부가 분신 현장을 ‘한참 동안’ 바라만 봤다”고 쓰지는 않았다. 원 장관은 ‘한참 동안’이라는 말을 창작해 노조 간부가 분신을 말릴 수 있는 ‘한참 동안’의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방조했다는 느낌이 들도록 글을 썼다.

원 장관은 교묘한 글솜씨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모욕하고 있다. 한 인간의 세 치 혀에 노동자들의 존엄과 자존이 짓밟히고 있다. 원 장관은 가정법을 동원해 노동조합 간부를 모욕하고 있다. 법적 책임은 피하면서 노동조합을 공격했다. 얍삽하고 교활하다. 자신이 비판하고 있는 ‘죽음을 이용하는 행위’를 원 장관 자신이 하고 있다. 근거도 없이 기획 분신설을 퍼트렸는데 시정잡배도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그가 내세운 것은 특정 매체의 보도 내용뿐이다.

한 나라의 장관씩이나 하는 사람이 이리도 입이 가볍고 몸가짐이 촐싹거려서야 되겠는가? 단순히 처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되치기하는 기회로 죽음을 이용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원 장관의 행태는 제2의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연상하게 한다.

원희룡씨는 장관 자격이 없다. 하루빨리 공직에서 물러나서 야인 생활을 하기를 권하고 싶다. 야인이 되기 전에 할 일이 있다. 기획 분신설로 모욕당하고 명예를 훼손당한 건설노조 간부와 조합원들, 그리고 양회동 열사와 유가족에게 예를 갖춰 사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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