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경계경보 참사’로 나라 전체에 대혼란이 야기됐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네 탓 공방으로 책임을 면피하자는 분위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오발령은 아니라면서 총리실의 최종 판단을 받아보겠단다. 또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오발령을 정당화했다.

무책임해도 이 정도로 무책임한 서울시장은 일찍이 없었다. 정치인 가운데도 오 시장처럼 세치 혀로 간교를 부리면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경계경보 참사를 대하는 오 시장의 태도는 이태원 참사 때의 판박이다. 이태원 참사 때 오 시장은 눈물을 글썽이며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유한책임도 지지 않았다. 어물쩍 시간을 보내다가 공세적인 모습으로 돌변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절실히 원하는 분향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뒀다. 참다못한 유가족이 시청 앞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오 시장과 서울시는 분향소 설치가 불법이라면서 끊임없이 철거를 시도하고 2900만원에 이르는 변상금까지 부과했다. 참사를 책임져야 할 장본인이 법을 집행하는 행정가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신림동 등에 수해 참사가 난 뒤 오 시장의 태도 또한 이번 경계경보 사태의 판박이다. 오 시장은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불편을 겪으신 피해 시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총책임자로서 본인의 책임을 망각한 듯한 행동을 했다. 신림동과 상도동 같은 저지대의 반지하 주택은 똑같은 참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반지하의 대안으로 제시된 공공임대주택의 서울지역 공급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실질적인 대책은 회피하면서 무한책임을 인정한다고 말하는 건 지독한 위선이다.

경보체계 오작동 사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얼마나 황당한 사태인지 알 수 있다. 서울시는 행안부 지침을 받아 경보를 발령했다는 입장인데 행안부는 서울시가 오발령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서울시는 행안부 문자 발령 직후에 경보를 해제한다는 문자까지 보냈다. 총체적 난국이다. 안전 지휘 본부의 부재를 드러냈다. 사이렌이 울리고 문자 공방이 오가는 사이에 국민의 불안과 공포심은 극에 달했다. 진실이 드러나자 분노가 폭발했다.

이들 두 기관은 여전히 네 탓 공방에 여념이 없다. 잘못을 했을 때 제일 무책임한 태도가 남 탓 대는 것이다. 남 탓은 잠시는 나의 책임을 면해주거나 가볍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며 책임은 훨씬 무거워진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네 탓 공방과는 별도로 서울시의 대응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쏘아 올리는 우주발사체의 예상 궤도가 서울시와 250㎞나 떨어져 있다는 건 미리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시가 위급재난 문자를 보낸 때는 서울에서 250㎞ 떨어진 서해 바다 상공을 지난 뒤였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너무나 멀리 떨어진 서해 바다 상공으로 지나는 로켓을 두고 경보를 발령한 것은 서울시민 모두를 속이는 행위이다. 마치 이북이 이남의 서울을 향해 미사일을 쏘거나 공습을 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어 서울 시민을 혼란에 빠트렸다. 보통 큰 죄가 아니다.

오세훈 시장은 “북한이 남쪽으로 (발사체를) 발사한 상황에서 1000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로선 즉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보를 발령한 것”이라 했다. 오 시장의 논리로 말하면 군사분계선 남쪽에 있는 모든 지자체는 경보를 발령해야 맞다. 하지만 로켓 궤도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백령도 등을 제외하고는 서울시가 유일하다. 어떻게 된 건가? 다른 지자체는 모두 우둔하거나 안전불감증에 걸리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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