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논란 후폭풍 거세
정치권 정교분리 원칙 지적
“목회자, 목회자 답지 않아”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나흘만에 전광훈 목사가 시무하는 사랑제일교회를 찾아 “전광훈 목사님을 비롯해 자유 우파 동지들과 함께 가겠다”며 연대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예배에서 전 목사와 신혜식 신의한수TV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대담을 나누는 모습. (출처:너알아TV 캡처)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나흘만에 전광훈 목사가 시무하는 사랑제일교회를 찾아 “전광훈 목사님을 비롯해 자유 우파 동지들과 함께 가겠다”며 연대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예배에서 전 목사와 신혜식 신의한수TV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대담을 나누는 모습. (출처:너알아TV 캡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민의힘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이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감정싸움으로도 비화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교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종교의 정치개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 목사는 과격한 정치적 발언으로 줄곧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너알아TV’ 생방송에서 김 최고위원을 몰아세우는 국민의힘을 공격했다. 전 목사는 “이참에 국민의힘 정당 자체를 개조해야 된다”고 말하거나 광화문 집회 세력을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최고위원이고 개뿔이고 다 필요없다. 저놈들은 내년 4월 10일 선거에서 공천주지마, 다 잘라버리라”고 비난한 전 목사는 홍준표 대구시장에게는 “이 자식이 어디라고, 대한민국이 네가 밥 먹고 사는 도구인 줄 아냐”는 등 비속어를 섞어가며 막말을 내뱉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중요한 상황에서 전 목사를 둘러싸고 당내 내홍까지 일며 혼란한 상황이 이어지자 성직자의 자격이나 종교의 정치개입을 지적하는 등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목회자가 목회자답지 않게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자제력을 잃고 거친 말을 함부로 내뱉고 있다”며 “정당이 일개 외부 목회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를 단절하지 않으면 그 정당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21

정치권 대표적 극우 인사 중 한명인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마저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YTN 방송에 출연해 “전광훈 목사의 행태가 옳지 않다”며 “신비주의, 기적주의인 종교가 현실 정치에 개입하면 극단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사의 모든 정치에 종교가 개입하는 순간에 극단으로 됐다”며 “(이번 논란이) 윤석열 대통령한테도 엄청 부담이 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최고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전 목사를 목사라고 말하지만, 저는 정치 브로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가 정치에 개입할 수 있지만 불가피한 경우에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종교의 역할이나 목표라는 것은 세속의 정치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섬기는 종교의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가 자꾸 정치에 개입하면 종교의 타락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목사는 지난 2019년 한기총 대표회장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 하야 집회’를 주도해오며 극우층을 결집시켰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구독자는 46만명, 최근에는 자유통일당(구 국민혁명당)을 창당해 대표도 맡고 있다. 전 목사는 여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후 자신이 특정 후보를 밀어줬다고 주장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후 최고위원에 당선된 김재원 의원이 사랑제일교회를 찾아 ‘5.18정신 헌법 수록에 반대’하는 전 목사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논란이 됐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제104주년 3.1절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 일대에서 자유통일당(대표 전광훈)이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국민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제104주년 3.1절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 일대에서 자유통일당(대표 전광훈)이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국민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1.

우리나라 헌법 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한다. 곧 특정 종교가 특정 정파에 종속되거나 서로 결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 대다수도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2012년 정교분리와 관련한 시민의식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정교분리원칙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67.2%의 응답자가 ‘찬성(전적으로 찬성 45.7%, 대체로 찬성 21.5%)’한다고 답했다. 반면 ‘반대(대체로 반대 8.4%, 전적으로 반대 4.5%)’ 의사를 밝힌 이들은 12.9%에 그쳤다. 국민 3명 가운데 2명은 종교인의 정치참여를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당시 운영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 목사가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제20조 2항을 위반하고 있다”며 한기총 해체와 전 목사 구속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동의자는 20만명이 넘었다.

전 목사의 정치 행보에 교계에서도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감리교 남재영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5번이나 기독당을 만들면서 알량하게 권력을 잡아보려 했던 전광훈의 수작이 최근에는 국민의힘 안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지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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