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설전이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까지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홍 시장과 전 목사의 설전 발단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5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북미자유수호연합’ 초청 강연에서 전 목사를 가리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도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되자 사과하기도 했다.

이후 홍 시장이 김 최고위원에 대한 제명을 촉구했다. 그러자 전 목사는 홍 시장 등을 향해 “이 자식” “저놈들은 내년 4월 10일 선거에서 공천 주지 마, 다 잘라버려라”라고 원색 비난했다. “이참에 국민의힘 정당 자체를 개조해야 한다”고도 했다.

홍 시장은 이에 “정당이 일개 외부 목회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를 단절하지 않으면 그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다”며 “그 목회자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우리 당을 떠나서 그 교회로 가라”고 정면 비판했다.

전 목사는 목사라는 타이틀을 적극 활용해 자유통일당이라는 정당을 이끌고, 극우 세력을 결집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목사라는 직책과 달리 거친 막말을 일삼은 것은 물론 ‘전라도 빨갱이’ ‘5.18 북한군 개입설’ 등 색깔론과 가짜 뉴스까지 서슴지 않고 유포해온 인물이다. 선거 때마다 원내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점령운동’을 벌이며 신도들에게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

일반인이 아닌 목사가 이처럼 정치에 깊이 개입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을 짓밟는 탈헌법적 행위다. 종교지도자 옷을 입고 정치권을 쥐고 흔들려는 행태는 엄히 제재를 받고 비판받아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전 목사 지지세력의 표를 의식한 국민의힘이 선을 명확히 긋지 못하고 오히려 전 목사를 찾아가 아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 목사에게 힘을 실어준 격이 됐다. 극우 막말 세력에 동조하는 듯한 여당의 모습은 여당 전체가 합리성을 잃은 정당이라는 인식까지 주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중도층으로 합리적인 정당을 지지한다. 이참에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또 종교지도자가 공개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탈헌법적 행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정당도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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