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6월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와 연계해 수소위원회가 개최한 만찬에서 공동회장 자격으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3.08.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6월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와 연계해 수소위원회가 개최한 만찬에서 공동회장 자격으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3.08.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2018년.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했고, 같은 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수소사회의 ‘퍼스트 무브’를 외치며 중장기 수소 및 수소전기차(FCEV)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공개했다.

이후 5년이 지났지만, 현대차 넥쏘는 출시 이후 2021년 한 번의 상품성 개선만 있었을 뿐 여전히 1세대 모델에 그쳤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수소차 투싼ix35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이후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18’에서 넥쏘의 차명과 제원, 주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의 넥쏘는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을 받아 왔다. 하지만 수소전기차는 특출나게 뚜렷한 두각은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넥쏘의 판매는 1만 1179대다. 이는 전년(9227대) 대비 21.2%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넥쏘의 경쟁차인 토요타 미라이는 3691대로 2위를 기록했다. 8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에는 넥쏘가 332대, 미라이가 295대다. 

실적 그대로 보면 넥쏘가 수소차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사업이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 수소차 시장 자체 규모는 1만 7000여대에 그친다. 수소사회의 퍼스트 무브로써 이끌어가겠다던 정 회장의 외침에는 부족한 성과다.

최근 정부는 약 1만 7000대의 수소차 보급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넥쏘는 1만 6000대 규모다. 이는 넥쏘의 지난해 판매량보다 많고, 출시 이후 누적판매량(3만 649대)의 절반 이상 수준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현대차를 밀어주는 대목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친환경 정책을 고려해 지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수소 승용차는 현대차 넥쏘 단일 차량이기에 현대차를 밀어준다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지원방안은 해당 대수만큼 소비자들이 넥쏘를 구매할 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1대당 약 35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최대 1만 6000대면 단순 계산으로 약 5600억원 규모다. 여기에 상용차까지 더하면 6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수소전기트럭 일렉트릭’을 내놓고 국내에도 본격 판매를 시작했다. 수소전기트럭의 경우 청소차, 살수차 등 이용성이 다양하다.

다만 정 회장의 퍼스트 무브라는 말의 시기가 무색해지는 시기가 돼가는 듯하다. 퍼스트 무브 즉 먼저 시장을 개척하고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인데. 소비자가 쉽게 다가갈 차량은 아직 넥쏘뿐이다.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차가 필요하다. 상용차의 경우 특수 목적을 위한 차이기에 일부뿐이지만 일반 시민이 체감하고 실질적인 수소사회로 가려면 대다수가 이용할 ‘수소차’가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를 출시할 당시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까지 달려들어 다양한 전기차를 만들어 선택폭을 제공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에는 코나도 전동화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도 내놓고, 하이브리드, N라인 등 다양한 포지션을 갖췄는데 수소차만 여전히 넥쏘 홀로다.

물론 정 회장이 퍼스트 무브라 말한 것은 자동차 외 부분도 있겠지만, 자동차 회사이기에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개발에 나선 것들을 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투트랙으로 가고자 한다면 수소차에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플랫폼 E-GMP를 만들며 다양한 전기차를 양산한 것 같이 그룹 차원에서의 수소전기차 플랫폼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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