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천지일보 2022.10.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천지일보 2022.10.05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식품업체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대다수의 제품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월급 빼고 다 오르네”라는 말이 줄곧 나오고 있다.

과자류나 면류를 시작으로 빵·과자·아이스크림·생수·음료 등 대부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하나같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물류 공급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인건비·물류비 상승 등의 대내외적인 요인에 의해 기업 경영 압박이 심화돼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기업 상황과 더불어 각종 비용도 올라가니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며 “내려가지 않는 물가에 많이 지친 소비자들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가격을 유지하다가는 기업이 버텨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원가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곳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가맹점 동반성장과 소상공인 이익 보호를 위해서 가맹본부는 판매가 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업체의 실질적인 수익성을 알 수 있는 영업이익(영업이익률)을 보면 대다수가 감소 아니면 소폭 증가에 그쳤다. 이로 보아 그들의 한숨은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소비자들은 죽어나고 있다. 특히 식품은 소비자와 어찌 보면 가장 밀접한 품목이기에 체감도는 더 클 수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0%, 2022년 1월 대비 6.1% 상승했다. 여기에 외식 물가는 7.7% 상승하며 지난해 6월(8.0%)부터 8개월째 외환위기 당시 수준(1998년 11월 7.4%)을 웃도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물가 상승이 시작에 불과하다고도 보고 있다. 한 업체의 제품 가격이 올라가면 관련 경쟁사들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식품업체들의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가격 인상과 실적 호조세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작년에는 가격을 올리고 매출액을 맞췄다. 실적을 보면 매출액이 늘었다고 나왔는데 실질적으로는 가격을 올리고 매출액을 맞춘 것”이라며 “단기 실적에만 급급했다고 본다. (이렇게 하면) 실질적 구매 빈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가 안 좋을 때는 가격 인상보다는 경기가 돌아갈 수 있게 가격을 낮추는 게 모두를 위해 좋다”며 “할인 행사를 하는 등 경기가 잘 돌아가게 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나 경제가 순환되는 것 자체를 기업들이 막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가격 인상은 공급자들을 위한 전략이 아니다. 인건비가 오르면 기계로 대체하면 된다”며 “비용이 올랐다고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기업 경영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격을 내리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 혁신이라는 것은 물류비·포장비 등의 비용을 줄여서 가격을 최대한 올리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업계의 어려운 상황도 거짓은 아니지만 연이은 가격 인상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을 불러일으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체된 경기가 다시 회복되려면 소비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식품업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마땅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도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짊어진 부담을 덜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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