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DB
지난달 2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을 먹는 행사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아이고, 여기서 그렇게 부르면 안 돼요. 안돼.”

지난달 2일 낮 12시 30분쯤 돼지 수육과 소고기 국밥 잔치가 한창이던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장.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A관계자에게 “목사님!”이라고 불렀더니 황급히 돌아온 말이다. 주민들은 그를 ‘목사님’이라고 불렀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A관계자는 “여기에서 나를 목사로 부르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두고 여전히 시끄럽다. 최근에는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돼지머리 등을 내걸고 통돼지 바비큐 파티에 이어 돼지 수육 잔치를 여는 등 노골적인 ‘이슬람 혐오’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몇몇 주민들은 사원 건축 반대 활동 중심에는 일부 목사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목사로 추정(?)되는 관계자가 자신을 목사로 부르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에서 아무래도 교회가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활동에 암묵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사원 건축 반대 이유에 대해 밤낮으로 하루 5차례 수십명이 드나들면서 시끄러운 소리로 기도를 하는 등 거주권과 재산권, 생활권 등이 침해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무슬림 혐오 표현’으로 논란이 됐다. 감정이 격해지기 쉬운 갈등 현장의 특성으로 치부하기에는 표현 수위가 강했다. 거리를 걷는 무슬림 유학생들에게 “테러리스트”라는 폭언이 쏟아졌고, 유학생들이 거주하는 주택가 창문에는 ‘무슬림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참수한다’는 글귀가 붙여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모든 이슬람은 테러리스트가 아니지만 모든 테러분자는 이슬람이다’ ‘우리 문화와 동화되지 않는 이슬람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등 현수막이 동네 곳곳에 내걸렸다. 

한국사회에서 이슬람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20년 한국리서치의 종교 인식 조사에서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와 함께 이슬람교에 대한 호감도를 물었을 때, 이슬람교에 대한 호감도는 한국사회 4대 종교에 비해 압도적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게다가 전체 응답자의 72%가 매우 낮은 호감도를 보였다. 

무슬림이 위험하고 반사회적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적극적으로 조장해 온 집단을 꼽자면 바로 보수 개신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이슬람에 의해 한국교회가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이슬람을 사실상 ‘적’으로 보고 배척한다.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도한 충남 부여의 할랄 도축장 건립,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강원도의 ‘할랄타운’ 사업 등 국가와 지자체가 주도한 이슬람 관련 사업들은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집단적인 반발에 부딪혀서 좌초되거나 전면 백지화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슬람 혐오는 언론과 대중에게 ‘이슬람 특혜 반대’ ‘테러범 양성소 반대’ 등의 표어로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유포됐다. 

2018년에는 보수 개신교 항의로 평창 올림픽에서 무슬림 선수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이동식 기도실 설치 계획이 취소되기도 했다. 보수 개신교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채팅방과 커뮤니티에는 ‘하나님 군대의 저력을 보여 줍시다. 집중 항의 전화로 지원 사격해 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돌았다. 같은 해 경남 지역에서는 9차례 ‘이슬람 저지 연합 기도 집회’가 열렸는데 교인들이 집회를 알리기 위해 만든 책자에는 경남 주요도시 무슬림 현황과 함께 ‘이슬람 박멸을 위한 기도문’이 담겨 논란이 됐다.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현장에서 목사들이 슬그머니 활동하고 있다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개신교교회 연합단체인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복교연)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일부 한국교회가 배제와 차별로 타종교를 몰아내려고 한다며 우려를 표출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타종교, 특히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노골적으로 유포해왔다”며 “이번 대현동 갈등에서도 주류 교권주의자들과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개입해 사태를 더 키우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웃에 대한 사랑을 계명으로 삼는 교회와 교인들이라면 혐오 발언과 행동을 앞장서 막아서는 게 합당하다. 한국교회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데 앞장서는 대신 ‘사랑’과 ‘평화’에 앞장섰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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