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민영화 2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KT 민영화 20주년을 축하하는 세레모니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강미영 한통 사장, 김명준 ETRI 원장,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구현모 KT 대표, 국회 과방위원장 정청래 의원,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 최장복 KT 노동조합 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정준 쏠리드 대표. (제공: KT) ⓒ천지일보 2022.08.30
KT의 ‘민영화 2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KT 민영화 20주년을 축하하는 세레모니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강미영 한통 사장, 김명준 ETRI 원장,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구현모 KT 대표, 국회 과방위원장 정청래 의원,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 최장복 KT 노동조합 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정준 쏠리드 대표. (제공: KT) ⓒ천지일보 2022.08.30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KT가 차기 대표이사 경선으로 애를 먹고 있다. 마치 산업계의 대통령 선거를 보는 듯한 모습이다. 정권 교체 시기마다 있었던 정치적 외풍을 이번에도 거세게 맞고 있다. 정권 탈환에 공을 세운 이들에게 ‘자리’를 주려고 하는 여권의 큰 뜻에 반기를 들면서 역풍에 속절 없이 흔들린다. 껍데기뿐인 ‘민영화 21년 차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꿋꿋이 지켜나가려는 그 모습이 애처롭다.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의지를 불태우며 이사회가 단독 후보로 구 대표를 추대했을 때까지만 해도 여권은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수위로만 구 대표의 연임에 대해 ‘불편한 신호’를 보냈었다.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을 필두로 해 이 같은 지적이 안팎으로 제기되자 KT 이사회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 인사를 포함한 외부 인사부터 자체적으로 평가해 올린 내부 인사까지 총 34인의 경선이 다시 진행됐다.

얼마 안 가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면서 정치권 낙하산이 차기 KT 수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정설처럼 대두됐다. 그러나 KT 이사회는 용기를 보여줬다. ‘정치권 인사’를 모두 배제한 채로 2차 경선의 숏리스트를 추렸다.

국민의힘은 이때부터 본색을 드러냈다. 합동 기자회견까지 열고 구 대표를 비롯해 차기 후보자군에 대한 비방을 서슴없이 몰아쳤다. 1차 경선 때는 전면에 나오지 않던 이들까지 나타나 “다 KT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명분을 덧붙이며 이 공세에 힘을 더했다.

“KT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렸다” “구 대표는 KT를 장악하기 위해 깜깜이 셀프 경선으로 연임을 시도했지만 각종 비리 의혹이 드러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구 대표는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대표 후보로) 세웠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KT를 차지하겠다는 여권의 공세가 노골적이라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KT 내부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위에서 당겨주는 힘 없이 경선에 오르기는 어렵다. 여당의 지적이 어느 정도는 타당하다고도 한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 낙하산이 옳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여당이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KT를 질타하면서도 정관계 인사 내정으로 이권 카르텔을 빼앗고 싶다는 속내를 비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KT라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수장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다분히 정치적인 명분으로 입을 모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인사를 낙점할 때까지 몇 번이고 경선을 다시 하게 할 기세다. 어떤 후보가 올라오든 ‘자기 사람’이 아니면 못마땅할 것이다.

정치권이 정관계 인사를 내정하든, 내부 인사가 자리에 오르고 정치권의 하수인이 되든 이대로라면 KT의 관치 시대는 영영 끝나지 않는다. 결국 필요한 것은 내부 자정 기능이다. 현재의 KT 노조 구조는 이 같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운영되고 있다. 직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경영진이 그릇된 판단을 하거나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그들에게도 내부적인 명분이 있어야 한다. CEO는 자신의 입지가 위태롭지 않아야 회사를 위한 경영을 할 수 있고 직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조직의 잘못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

구 대표는 2020년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할 당시 사내방송을 통해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국민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내부 자정 기능을 살리지 못한 그는 역대급 경영 실적으로도 회사를 지켜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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