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
이영도(1916~1976)
우러르면 내 어머님
눈물 고이신 눈매

얼굴을 묻고
아, 우주(宇宙)이던 가슴

그 자락
학(鶴)같이 여시고, 이 밤
너울너울 아지랑이

[시평]
휘영청 달이 밝은 날, 밤하늘을 우러러보면, 그 달의 주변으로 달무리가 낀 날이 있기도 하다. 다만 휘영청 밝기만 한 달이 아니라, 달무리가 든 달은 왠지 슬퍼 보인다. 마치 어린 시절 언뜻 보았던 어머니의 눈물 고이신 눈매 같기도 한 달무리.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면, 아 어머니는 우리가 우리의 얼굴을 묻고 마음껏 울 수 있던, 우리들의 우주, 그 우주와 같은 가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어머니는 우리들을 언제고 감싸주고 또 품어주시는 우리들의 가없는 우주, 우주이다.

밤하늘의 달무리를 바라보면, 휘영청 밝기만 한 달빛이 아닌, 어딘가 쓸쓸한 슬픔과 인자함으로 학같이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너울너울 춤을 추실 듯한 어머니, 그 어머니의 눈물 고이신 눈매가 떠오른다. 어머니 지금도 그 눈매로 하늘 어디에서 우리를 내려다보시고 계시겠지요. 우리 모두를 학같이 넓고 넓은 품으로 감싸 안으시면서.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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