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향기
강우식(1941)

서울의 한 변두리 식당에서 송이덮밥을 먹는다.

그 향기 너무도 좋아 한 점 싸들고

가을향기 맡으라고 저승의 아내에게 가고 싶다.

[시평]
그리운 사람이 문득 생각나는 때는 언제인가. 슬픈 일이 있을 때, 혹은 기쁜 일이 있을 때, 어떠한 감정의 변화가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불현듯 그 그리운 사람이 생각이 난다. 그런가 하면 아름다운 경치를 만난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그리운 사람 또한 문득 떠오른다.

왜 그런가. 이는 다름 아니라, 슬픈 일이 있을 때 그 슬픔을 함께하면, 그 슬픔이 반으로 줄고, 기쁜 일이 있을 때 그 기쁨을 함께하여 기쁨을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가 하면 그 아름다운 경관을, 그 맛있는 음식을 함께하므로, 그 아름다움과 맛있음을 함께 누리는 기쁨을 함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모든 세상의 일이란 사람과 사람이 함께할 때에, 함께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그 가치가 살아나는 것이리라. 그것도 좋은 사람과 함께할 때 진정한 가치가 살아나는 것이리라. 송이덮밥을 먹다가 그 향기 아주 좋아, 한 점 싸들고 저승의 아내에게 가, 가을 향기를 맡게 하고 싶은 그 마음. 함께하지 못하는 그 아픔이 애잔히 전해온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