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올해 가장 큰 매머드 종합국제대회인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을 손꼽으라면 아마도 자원봉사요원들의 활동을 지목할 수 있을 것이다. 저비용, 고효율을 지향한 대회 운영 측의 타이트한 긴축재정운영으로 대우가 열악함에도 자원봉사요원들은 자기희생과 이타적인 자세로 대회를 빛나게 할 수 있었다.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이번 유니버시아드는 자원봉사 요원 인력 시스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였다. 일부 자원봉사요원들이 도박을 하는 등 일탈된 모습을 보이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해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비교해보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농구 운영본부에서 활동한 자원봉사요원들의 사례는 대회 성공을 위해서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4곳의 농구경기장 중 가장 많은 경기가 열렸던 동강대 체육관은 농구 자원봉사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노력과 활동으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경기가 열렸던 바쁜 경기스케쥴을 잘 소화할 수 있었다.

예비역 육군 대령 출신인 장영남(73)씨는 최연장자로 농구 VIP 의전 담당관을 맡아 각국 선수단의 VIP들이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체육관 현관에서부터 본부석까지 동선을 직접 안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군복무시절 통역장교 등으로 닦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국내외 VIP들이 혹시나 체육관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을까’ 대회 기간 잠시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장영남씨는 “비록 나이는 많지만, 그동안 쌓은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남한테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 스스로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서울 모 여대 영문과에 재학 중인 서연(21)씨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VIP 의전요원으로 활동한 것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번에 자원봉사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영어 학원 등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며 “각국의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의 역할이 한국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많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기자실에서 프레스 매니저로 활동한 서울 모 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백명훈(22)씨는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각국 취재진에게 취재편의와 통역을 해주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녔던 그는 “기자들의 활동을 보면서 대회의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국 기자들이 이번 대회를 대부분 좋게 보도해줘 고마움을 느꼈다”며 “조그마한 내 활동이 대회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요원들은 지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때 책정됐던 일당 4만원을 30여년이 지난 이번 대회서도 변함없이 받음에도 예전보다 성숙된 자세와 활동상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자원봉사요원들은 경기를 보조하는 인력 정도로 치부됐으나, 이번 대회서는 책임감과 봉사의식으로 운영의 주체로서 주어진 각 파트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 스포츠 기자로 올림픽과 유니버시아드, 각종 국제 대회 등을 취재하면서 선진국들의 많은 자원봉사자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참가 선수들과 취재진들에게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80대의 어르신부터 10대의 학생까지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어디서 왔느냐, 불편한 것이 없느냐”며 꼼꼼하게 물어보며 가이드를 하던 그들은 자원봉사 자체를 즐기는 모습들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의 자원봉사 문화도 이제는 수준급으로 올라섰다고 본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자원봉사가 생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3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선진국 못지않은 자원봉사 활동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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