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은 7일(현지시간) 수도 키토의 200주년 기념 공원에서 열린 미사에서 “세계가 전쟁과 폭력, 개인주의로 분열되고 있다”며 “가톨릭 신도는 통합의 건설자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성당에서 교황이 미사를 마친 가운데 신도들이 휴대전화로 교황의 모습을 찍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그리스도인 ‘통합’ 실천 촉구
“같은 취향‧관심사 의미하는 것 아냐
서로를 배려하고 용기 북돋는 것”

교황, 남미 3개국 순방메시지
약자·자연보호에 대한 관심 끌어내
“하느님의 피조물 마땅히 보호해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남미를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 개인주의로 분열되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세계가 통합하는 데 그리스도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콰도르 방문 사흘째이자 마지막 날인 7일(현지시간) 교황은 수도 키토에서 집전한 미사를 통해 “세계가 전쟁과 폭력, 개인주의로 분열되고 있다”면서 “가톨릭 신자(그리스도인)들이 통합의 건설자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AP통신 등 주요 언론은 교황이 키토의 200주년 기념 공원에 몰려든 100만명 인파를 향해 이같이 외쳤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운동 근원지가 됐던 200주년 기념 공원에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려 했던 절박함을 이제는 믿음을 퍼뜨리는 데 쏟아 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남미 대륙은 가톨릭이 전체 종교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복음주의를 앞세운 개신교가 중남미 대륙에 확산하면서 가톨릭 신도의 분포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굳세게 나아가야 한다. 타인을 존중하고,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며 “사람들 간에 가교를 세우고 관계를 강화해 서로의 짐을 나눠져야만 한다. 서로 나눔으로써 우리는 다른 이들의 가난을 더욱 민감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중·배려의 삶으로 ‘하나’되자”

그는 복음화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교황은 “복음화는 개종을 시키거나 남에게 믿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그리스도인의 삶을 증거해 보이며, 하느님과 교회를 등진 이들을 초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들이 실천으로 보여야 할 ‘통합’의 의미에 대해 “통합이란 같은 취향, 같은 관심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쟁의 참상과 고통을 알리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 지구촌 모든 나라와 국민이 하나가 돼 해결해 나가야 함을 외치고 있다. 교황은 지난달 6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지구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은 부분적으로 나눠서 벌어지는 일종의 3차 대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에서 그런 분위기를 일부러 부추기고 있다”면서 정치적 목적 등으로 분열을 획책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올해 초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든 순례객들을 향해 “지구촌에서 더는 전쟁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교황은 올해가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이 되는 해임을 상기시키면서 지구촌에 더는 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평화는 언제나 가능하지만 우리가 가서 찾아야 한다. 모두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며 “주님 안에서 평화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 미사 후 교황은 에콰도르 키토의 가톨릭대학을 찾아 연설을 하고 교육자, 학생들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어 성 프란치스 성당으로 이동한 교황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억압의 역사에서 자유의 역사로

다음 날 8일 교황은 2번째 방문국인 볼리비아에 도착해 순방 일정을 이어갔다. 청년 시절 질환으로 인해 폐 일부를 제거한 교황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수도 라파스에는 약 4시간만 머물렀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가난한 자를 배신하는 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신한 자”라고 강조했다.

모랄레스는 가톨릭 교회가 지난날 수차 볼리비아 민중들을 억압한 자들의 편에 섰던 역사를 회고하기도 했다. 이들 피압박 민중의 3/4는그와 같은 토착민들이었다. 모랄레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취임으로 상황이 달라졌으며, 볼리비아 국민들은 ‘우리 국민의 해방을 돕는 이’로 그를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번 남미 순방 기간 환경에 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첫 순방지인 에콰도르 키토가톨릭대에서 강론한 교황은 “하느님의 피조물(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권고가 아니라 의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인간은 자연과 맺고 있는 모든 관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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