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현 전 총무원장의 재심 판결을 두고 조계종단 안팎에서 판결 무효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승려대회 권위 누구도 훼손 못해… 법대로 공의 거쳐야”
조계종 안팎 ‘서의현 복권 백지화’ 요구 거세져 갈등 심화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994년 조계종 개혁 당시 멸빈(승적의 영구박탈) 징계를 받은 의현 전 총무원장을 복권한 재심 판결을 둘러싼 잡음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안팎의 출·재가자들이 이번 판결의 진상 규명과 사태 해결을 위한 종단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1994년 당시 종단개혁에 동참한 72명의 재가자들이 지난 13일 서울 견지동 전법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재가자들은 “94년 종단개혁의 정신과 법통, 종헌·종법을 짓밟은 금번 서의현 재심 판결은 원천 무효”라며 “판결은 원상복귀 돼야 하며, 멸빈자 사면문제는 94년 종단개혁의 정신과 법통을 훼손하지 않는 정당한 공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의현스님과 당시 종단 권력층이 저지른 만행을 성토하며 자승 총무원장과 현 집행부의 결단을 요구했다. 재가자들은 의현스님과 당시 집행부가 욕심에 눈멀어 사찰을 개인 금고처럼 사용했고, 온갖 비리로 계율을 법당 밖으로 내동댕이쳤다고 비판했다.

재가자 대표 우성란 대한불교청년회 인사위원장은 1994년 4월 10일 열린 전국승려대회의 초법적 권위를 강조했다. 그는 “조계사에서 3000여명의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승려대회에서 의현 총무원장의 승적을 박탈하고 체탈도첩(멸빈)의 징계를 결의했다”며 “승려대회의 그런 권위는 어느 누구도 훼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가자들은 “체탈도첩의 징계를 다시 결정하려면 종헌·종법에 의한 정상적인 공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것 외에는 누구도 발언할 수 없으며 발언권이 없다. 의현스님 사면에 불을 지핀 이들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면 21년 전, 그들의 탐욕스런 눈과 얼굴이 겹쳐진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현스님 복권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서의현 재심 판결 원천 무효 ▲멸빈자 사면을 위한 개혁정신과 법통을 훼손하지 않는 정당한 공의절차 구상 ▲서의현 무단복권 백지화 ▲불자 및 시민들과 연대를 통한 94년 종단개혁 정신 계승 및 실천 등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출·재가자들, 종단 차원 대책수립 촉구

종단개혁을 이끈 스님들도 의현스님의 재심 판결의 과정과 내용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이에 대한 사실관계와 법적인 문제는 철저히 규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중공사는 물론이고 중앙종회 차원에서도 철저히 조사해 종단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고문 청화스님과 불교광장 회장 지홍스님, 삼화도량 대표 영담스님,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스님을 비롯한 14명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94년 종단개혁 정신과 지표를 종단의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현스님 재심 판결의 사실관계 규명과 중앙종회 차원의 조사를 통한 종단적 대책 마련, 총무원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 등을 촉구했다.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스님은 “우리의 모임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청화스님과 도법스님, 지홍스님, 영담스님 등 네 분을 좌장으로 2차 모임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2차, 3차 모임에서는 서의현 파문뿐만 아니라 개혁정신의 5대 지표를 정리하고 토론해 계승,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94년 개혁에 몸담았던 스님들이 21년 뒤 이 같은 파동에 책임감과 더불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개혁회의 5대 지표를 꾸준히 계승하고자 하는 데 공감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의현스님 멸빈’ 승려대회서 결의했나

이러한 가운데 의현 전 총무원장이 4.10전국승려대회 당시에 멸빈을 받은 것을 두고 종단 안팎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재심호계원의 판결에 반발하는 측은 “의현스님의 체탈도첩은 승려대회를 통해 결의된 만큼 대중공의 없이 번복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인터넷신문 법보신문은 전국승려대회의 식순과 결의사항, 대표참가자들의 발언 내용을 모두 정리한 ‘녹취록’을 살펴본 결과 이날 승려대회에서 의현 전 총무원장의 체탈도첩이 결의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명진스님은 당시 전국승려대회에서 “종단 사태가 비참한 지경에 이르러서 반성을 하지 않고 갖은 무력과 술수로 종권을 유지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서의현 원장의 작패에 분노를 표하며 승적을 박탈하는 체탈도첩에 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다시는 종단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대중 스님들과 함께 결의하자”고 의현 총무원장의 승적을 박탈하는 체탈도첩을 요구했으며, 참석 대중은 환호와 박수로 결의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승려대회 당시에 사부대중이 종헌·종법에 의거해 의현스님의 멸빈을 결의했는지를 놓고 종단 안팎에서 의견이 나뉘면서 또 따른 쟁점으로 부각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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