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층버스(위)와 고풍스러운 매력의 트롤리버스. (사진출처: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시)

서울시티투어버스 타보니
알전구, 참나무 벽·의자
이국적·고풍스런 느낌

자리마다 번역기 비치
4개국어로 목적지 소개

‘시원한 관광’은 아쉬워
좁고 에어컨 바람 약해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도로를 달리는 이층버스, 전차 모양 ‘트롤리버스’….”

한국에선 낯선 광경이다. 외국 관광지에나 있을 법한 이 버스들이 서울 도심을 달리고 있다. 수년째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타보았다.

지난 16일 오전 9시 서울 광화문 티켓박스 앞.

내국인으로서 1만 5000원(소인 1만원)을 주고 버스를 타자니 망설여졌다. 그렇게 고민하다 도착한 티켓박스엔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이 많았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마실 나온 아들부부, 손자의 손을 꼭 잡은 할머니, 연인, 배낭 멘 외국인 부부 등이 버스표를 확인하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 타보지 않은 버스라 티켓박스 앞에선 이용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러한 경험에서인지 표를 끊기 위해 티켓박스 앞으로 가자 물어보지도 않은 자세한 설명이 창구를 통해 흘러나왔다.

가장 인기 있다는 서울파노라마 코스를 택했다. 광화문을 출발해 청계광장, 명동, 남산, 63빌딩, 홍대, 신촌을 돌아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노선으로 작년 한 해 3만 8000명이 이용한 코스다. 총 1시간 40분이 소요되는 이 코스에선 30분 간격으로 트롤리버스와 이층 버스가 운행한다.

티켓을 끊었지만 선약이 있어 약속장소 근처인 여의나루역에서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몇 시간 후 설레는 마음으로 여의나루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땀을 흠뻑 흘린 뒤에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여의나루역 3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빨간색 표지판이 보인다는 안내에 따라 계속 앞으로 걸어갔지만 보이지 않았던 것.

결국 육안으로 이층 버스를 발견하고는 티켓을 흔들어 존재를 알렸다. 그러자 버스기사는 손가락으로 ‘앞으로 더 가라’는 손짓을 했다. 알고 보니 안내자가 열심히 설명해 준 빨간색 표지판은 3번 출구 앞이 아닌 뒤편으로 100m쯤 가야 있었다. 내렸다가 타지 않고서야 한강과 벚꽃을 보러 나온 인파 속에서 반대편 빨간색 표지판을 찾기란 어려웠다. 설명이 아쉬웠던 부분이다.

▲ 이층버스의 내부. 자리마다 헤드셋이 설치돼 있어 4개국어로 역 안내를 들을 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버스기사의 안내를 받고 버스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좌석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층에선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주위에서도 한숨을 쉬거나 옷깃을 잡고 흔들어댔다. 에어컨이 있었지만 실바람만 나왔다. 이마저도 머리 위가 아닌 사선으로 나오는 구조라 더운 여름 ‘시원한 관광’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서울에 살지만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아내와 이층버스에 탔다는 윤홍철(68, 서울시 성북구 길음동)씨는 “다 괜찮은데 너무 덥다”며 “1층에 내려가 운전기사에게도 말했다. 내국인은 그러려니 하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관광하다가 버스에 탄 외국인이 실망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좁은 의자 간격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혔다. 한 좌석 길이가 성인 여자 손바닥으로 두 뼘 밖에 되지 않았다. 앞뒤 간격도 좁았다. 앞에 앉은 덩치 큰 외국인은 몸이 반 이상 의자 밖으로 튀어나왔다.

일반버스에서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시설은 눈길을 끌었다. 좌석엔 헤드셋과 선반이 설치돼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간단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층버스에서 내려다 본 명동, 이대 등의 풍경도 새롭게 다가왔다. 거리를 걷던 시민들이 한 번씩 버스를 쳐다봤다. 창문도 큼지막해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명당자리의 경쟁은 치열했다. 이층버스의 명당자리는 2층 앞머리 부분이다. 한 버스기사는 “지정좌석제가 아니다 보니 많은 사람에게 명당자리에 앉아볼 기회가 생겨서 좋다”며 “명당자리가 비어있지 않으면 버스를 타지 않고 30분~1시간가량 더 기다렸다가 다른 버스를 타는 승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 내부를 나무로 만든 트롤리버스 (사진제공: 서울시)
지난달부터 운행하는 트롤리버스는 옛날 전차 형태로 기존 이층버스보다 이색적이라는 평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차가 운행됐지만 세계적 흐름 등에 따라 1968년 폐지됐다.

당시 전차를 연상케 하는 트롤리버스 내부는 참나무로 된 벽과 의자, 황동 손잡이, 알전구, 둥근 천장과 창문 등에서 이국적이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트롤리버스는 황동벨 소리로 목적지를 알려줘 흥미를 더한다.

이달은 가족의 달과 관광주관으로 평소 쉬던 월요일도 정상 운행한다. 야간코스를 달리기 위해 버스 정비를 하던 버스기사 정의은(64)씨는 “지방에서 올라온 신혼부부가 투어버스를 타고 신혼여행을 즐기던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방학 땐 학부모들과 초등학생도 많이 탄다. 아무쪼록 많은 이들이 투어버스를 통해 서울 관광을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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