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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도 안했는데 당첨?
무료시술 해준다더니
1시간 내내 강매 설교
피부관리 가격 천차만별
최대 9.4배 차이 나기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지난달 15일 오후 7시에 방문한 서울 서초구 강남역 K피부관리 업소. 직원의 안내를 받아 피부관리실 안으로 들어섰지만 ‘가격표’는 보이지 않았다. ‘촬영금지’라는 문구만이 눈에 띄었다. 뭔가 감춘 듯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7시에 예약했어요.”

프런트에 있는 점원에게 말하자 잠시 후 키 165㎝가량 돼 보이는 여성이 웃으며 나왔다. 담당 팀장이라고 했다. 진한 화장에 정장을 입어 성숙해 보였지만, 말투로 볼 때 20대 초중반인 듯했다.

그는 일주일 전 기자에게 전화해 ‘무료 피부 관리를 받으러 오라’고 말한 여성이었다. 당시 그는 “특별 이벤트 기간이에요. 선착순 30명에게 무료로 피부 관리를 해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이벤트(본지 5월 6일자 1면 게재 ‘‘공짜 시술’ 고객 홀리는 피부샵’ 참고)에 응모하지도 않았다.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묻자 그는 무작위로 번호를 눌렀다고 둘러댔다.

“정말 운이 좋으세요. 선착순인데.” 여성은 한층 높아진 목소리로 분위기를 돋웠다. 간단한 설문 조사 후 피부 관리를 받는 곳으로 들어갔다. 여성은 피부 마사지를 하면서 제품 홍보를 계속했다.

“이건 ‘골드테라피’예요. 금이 미백에 좋은 거 아시죠?”

1시간 넘게 마사지를 받은 후, 칸막이로 가려진 빈 테이블로 이동했다. 그리고 여성과 1:1로 마주 앉았다. 제품 사용을 권할 게 뻔했다. 역시나 생각은 빗나가지 않았다.

“어떠셨어요? 한번 받고 나니까 피부가 처음보다 좋아진 거 같아요. 앞으로 계속 받으면 많이 좋아질 거예요.” 여성은 눈웃음을 치며 달콤한 말로 속삭였다.

그는 테이블 위의 흰 종이에 피부 관리 시술 방법, 가격을 차례대로 적어 내려갔다. 3·6·9개월(월 3회 관리, 월 20만원) 코스로 나뉘었다.

“3개월 코스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먼저 청정 관리를 해야 해요.”

가격과 기간에 부담을 느낄 걸 알았는지 여성은 먼저 말을 꺼냈다. 일단 신청부터 하고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속셈이었다.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여성은 계속 제품 성능을 홍보했다. ‘언니~’라고 부르며 애교까지 부렸다.

하지만 팽팽한 줄다리기는 1시간 동안 계속됐다. 설득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는지 여성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꺼냈다.

“제가 마지막 제안 하나 드릴게요. 이건 하셔도 되고 안 하셔도 돼요.” 여성은 펜을 들고 가격이 적혀있는 종이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10회 관리에 30만원으로 해 드릴게요. 월 금액이 아니고 총금액이에요.” 원래대로라면 3개월 9회 시술에 총 60만원이었다.

“어떻게 이 가격에 할 수 있죠? 가격이 반으로 줄어드네요.”

“원래 이 가격에 못 드려요.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오늘 그냥 가시면 다시는 이 금액으로 못하세요. 어디가서 이 금액으로 했다고 말하면 안 돼요.”

거절하지 못할 만큼 ‘솔깃’한 금액이었다. ‘1회 관리에 3만원 정도만 내면 되니까 받아 볼까?’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니, 원가가 처음 제시한 금액보다 낮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격표가 잘 보이는 곳에 없어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이 높은지 저렴한지 판단하기 매우 어려웠다.

이와 관련, 실제로 소비자교육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부 관리실 이용가격의 최저가와 최고가는 무려 9.4배나 차이 났다. 1회 기준 서비스별 이용 요금의 경우 얼굴마사지 및 팩의 평균가는 3만 9256원, 최고가 13만원, 최저가 1만 5000원이었다. 경락마사지 평균가는 6만 3888원, 최고가 10만원, 최저가 3만원이었다.

피부관리실 개선사항에 대해서는 ‘적정한 이용요금 책정’이 32.4%로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소비자교육중앙회 최애연 소비자국장은 “피부관리실은 가격이 제일 불투명하다”며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처럼 말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상담을 통해 가격이 변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회 가격, 할인가격 공개를 의무화해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며 “특히 눈에 띄는 곳에 가격표를 부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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