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사고 사망자를 추모하고 국민안전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했다. 그러나 잇따라 발생한 안전사고에서 시민들이 대피요령이나 행동요령을 몰라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본지는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운영하는 광나루 안전체험관을 찾아 직접 체험해봤다.

▲ ③ 광나루 안전체험관 오리엔테이션 홀에는 헬기와 소방대원의 모형이 걸려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실제 상황 같은 체험장
생각보다 어려워 ‘당황’
놀란 체험자들 ‘아우성'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우와! 헬리콥터다!”

9일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에 있는 광나루 안전체험관에 들어서자 오리엔테션홀 천장 중앙에 있는 거대한 헬기와 줄사다리에 매달린 소방대원 모형이 눈길을 끌었다.

현직 소방관이기도 한 교관은 “재난 안전을 공부하는데 다치지 말아야 겠죠”라며 안전체험관 내 규칙, 소개, 프로그램 안내 등을 마치고 조를 편성했다. 광나루 안전체험관은 체험을 오전 10시, 오후 1시, 3시 총 3회 진행한다. 한 회마다 제한된 인원은 200명이다.

이날도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대학생, 일반인을 포함해 200여명이 교육에 참석했다. 한 교관이 교육생 30~40여명으로 구성된 팀을 인솔하는 방식으로 체험이 진행됐다. 기자는 대학생, 가족, 일반인으로 구성된 팀에 포함됐다.

첫 체험 프로그램은 연기체험이었다. 불이 나면 불에 타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연기질식에 의해 사망하고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은 머리에 몰려 있습니다. 연기가 위에서부터 차서 내려오면 가장 먼저 호흡기에 들어가겠지요? 최대한 몸을 숙이고 대피해야 대피시간이 늘어납니다.”

교관은 “화재 시 행주, 수건 등 천에 물을 적셔 한 손으론 코와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론 벽을 짚는 방법으로 위치를 파악해 탈출하라”며 “실제와 유사한 만큼 대피요령을 잘 따라 달라”고 교육했다.

연기를 직접 체험한다고 하니 생전 이 같은 체험을 해본 적이 없는 기자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연기체험관은 인체에 무해한 사탕수수 연기로 뿌옇게 만든 체험실 안에서 비상구 유도등을 보고 탈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체험관으로 들어가니 성인이라서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막상 들어가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콜록, 콜록” 어둡고 뿌연 길이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었다. 핸드폰을 잃어버려도 찾기 힘들 정도 였다. 한 성인 체험자는 핸드폰을 잃어버려 기자가 찾아주기도 했다.

비상구 유도등도 그 근처에 가야만 볼 수 있었다. 벽을 더듬어 탈출했다. 사탕수수 연기라 호흡기에 큰 고통은 없었지만 실제로 불이 나서 연기를 마셨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 ④ 한 시민이 완강기 체험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두 번째로 간 곳은 완강기 체험이었다. 주로 10층 이하의 건물에 설치돼 비상시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사용방법을 모른다. 완강기 사용법은 철근구조물에 후크(완강기에 있는 고리)를 건 뒤 안전벨트를 윗옷 입듯이 입고 탈출하는 것이다.

이 때 안전벨트를 반드시 가슴 위 겨드랑이까지 올려 사용해야 한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완강기를 타고 내려왔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지만 실제상황에선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비상 사다리 등의 장애물이 탈출하는데 방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 ② 한 가족이 지진체험장에서 지진이 난 상황을 가상해 탁자 밑으로 대피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어 지진체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진이 나면 먼저 “지진이야!”라고 외친 후 식탁, 책상 아래로 들어가 머리를 감싸고 수그려야 한다. 이후 진동이 멈추면 가스 밸브와 두꺼비집 전원을 차단하고 운동장 등 공터로 대피해야 한다. 작은 부엌으로 구성된 체험장의 식탁 의자에 앉았고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 뒤 땅이 세차게 흔들렸다. 마치 격렬한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몸이 흔들려 탁자의 다리를 잡지 않으면 대피할 수 없었다.

다음으로 태풍체험이 계속됐다. 태풍의 위력을 체험하기 위해 강풍기 앞에 안전 바를 잡고 섰다. 기자가 체험한 바람의 속도는 시속 20m였지만 강력한 바람으로 숨을 쉬기 힘들었다. 실제로 태풍이 불었다면 가볍지 않은 체중임에도 몸이 휘청거렸을 것이다. 교관은 “태풍이 오면 가급적 밖에 나가지 말고 집 안에서 생활하라”고 말했다.

▲ ① 9일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에 있는 광나루 안전체험관에서 초등학생들이 소화기체험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마지막으로 소화기 사용법을 배우고 분사해보는 소화기사용법체험관 으로 갔다. 소화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지만 정확한 사용법을 몰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화기를 사용하려면 먼저 소화기를 땅에 내려놓고 안전핀을 뽑은 뒤 사용해야 한다.

또 밖으로 나가는 길을 확보하기 위해 문을 등 뒤로 하고 소화약제를 뿌려야 한다. 그러나불의 크기를 보고 되도록 대피하라고 교관이 설명했다. 2시간여 동안의 체험을 통해 안전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알고는 있었으나 해보지 못했던 대피요령을 직접 몸으로 하는 등 비상시 이렇게 대처해야겠다고 생각됐다.

유아교육과 학생 김채현(20, 여)씨는 “앞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꼭 필요한 교육인 것 같다. 완강기 등 실제로 해보지 못했는데 유사한 체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인 두 아들과 함께 체험관을 찾은 정승원(44, 남) 씨는 “멀지 않은 곳에 체험장이 있어서 개교기념일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찾았다”며 “아이들이 평소 안전체험에 흥미를 보였는데 오늘 체험이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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