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화쟁문화아카데미 제3회 종교포럼 ‘제1부 무엇이 걱정인가’ 세 번째 시간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마련됐다. 이날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이 ‘가톨릭의 권위주의’를 주제로 발제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 김근수 소장,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화쟁문화아카데미 종교포럼 ‘가톨릭의 권위주의’
권위는 없고 권위주의만 남은 종교계 현실 비판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지금 종교계의 문제는 ‘종교지배층은 있으나 종교지도자는 없다’는 것입니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없어요. 대신 바람직하지 않은 ‘권위주의’만 있을 뿐입니다.”

화쟁문화아카데미 종교포럼에서 ‘가톨릭의 권위주의’를 주제로 발제한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이 지금 이 시대 종교계에 던지는 날카로운 비판이다.

우리나라 3대 종교인 불교, 개신교, 천주교의 학자들이 모여 종교계를 걱정하고 바람직한 해법을 모색하는 ‘2015 화쟁문화아카데미 제3회 종교포럼’ 세 번째 시간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마련됐다.

‘제1부 무엇이 걱정인가’라는 큰 주제로 지난 2월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가 ‘한국 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를, 3월에는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 ‘개신교의 배타주의와 타자의 악마화’에 대해 발제한 데 이어 이날 마지막으로 김근수 소장이 ‘가톨릭의 권위주의’에 대해 발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은 열기가 넘치면서도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토론자들은 ‘권위’와 ‘권위주의’에 대해, 그리고 종교에서 권위주의가 불가피한가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성택 대표는 “진정한 권위의 부재로 권위주의가 생긴 것”이라며 가부장제에서 아버지의 진정한 가치가 사라지고 권위가 없어지면서 권위주의만 남게 된 예를 들었다. 조 대표는 “권위가 회복되면 권위주의가 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발제를 통해 가톨릭교회의 권위주의를 비판한 김근수 소장은 ‘가톨릭교회의 핵심은 성직자’라고 주장하는 성직자권위주의에 대해 “성직자는 교회의 주인이요, 신자는 구경꾼으로 자리 잡게 됐다. 가톨릭교회의 지배층은 성직자요, 신자는 피지배층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권력 있는 곳에, 권위주의 있는 곳에 부패가 있다. 가톨릭교회는 교회와 성직자 탓에 썩어갈 수 있다”며 “역사는 그에 대해 풍부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천주교 영세자가 5% 증가했다는 보도에 대해 김 소장은 “프란치스코 방한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증거”라고 일갈했다. 그는 “교황의 소통과 공감 능력 등 긍정적 효과가 한국 천주교의 제도와 시스템 때문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진호 실장도 “미국에서도 프란치스코 효과는 없었다. 냉담자가 돌아섰을 뿐 성도 증가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며 한국도 비슷한 실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 2015 화쟁문화아카데미 제3회 종교포럼 ‘제1부 무엇이 걱정인가’ 세 번째 시간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마련됐다. 이날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이 ‘가톨릭의 권위주의’를 주제로 발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프란치스코 방한 효과 전혀 없어”

김 소장은 “가난한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이 진짜 ‘권위’다. 자신을 최고로 내세우는 가짜 권위주의, 가톨릭교회가 최고라는 교회권위주의, 성직자가 최고라는 성직자권위주의를 얼른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도 “불교에서는 원래 ‘성직자’라는 말이 없었다. 승려나 신자나 모두 수행자일 뿐이었다”며 근대에 들어와서 서양의 종교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생긴 ‘성직자’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성해영 교수는 “종교가 수행의 힘, 실천의 힘이 부족해지면서 권위주의가 생겼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토론자들은 이 시대 진정한 권위는 소통과 공감 등 합리적 권위라고 인정했다.

조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적 권위는 아무런 효과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바로 종교가 아무 역할도 못한다는 것”이라며 말했다. 그는 “권위의 반대는 비권위가 아니라 ‘불신’”이라며 권위주의만 남고 진정한 종교적 권위가 사라져 사회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 종교인 불교, 개신교, 천주교 내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다”며 “마치 누가 먼저 망하나 시합하고 있는 것 같다. 종교적 권위가 있었으면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흔히 ‘인문학의 위기인가, 인문학자의 위기인가’라는 말을 한다.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실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높다. 대학에서의 인문학과 폐지 등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종교성·영성의 위기’는 아닌 것 같다. 제도적 종교의 문제”라고 짚었다.

화쟁문화아카데미는 5~7월에는 ‘제2부 경계너머: 왜 걱정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9~11월에는 ‘제3부 지금 여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달에 한 번씩 포럼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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