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잇따른 금리 인하는 사상 최저의 금리 수준으로 눈에 띄는 소비자의 이동을 가져오고 있다. 한푼 두푼 아껴서 저축하자는 슬로건은 이제 구시대의 산물로 변했고 오랫동안 거래하는 장기 고객도 이젠 필요 없다. 상황의 변화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시대는 시중의 유동성을 확대해서 시장의 활성을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오히려 낮아진 돈의 가치 때문에 혼란을 가중 시키고 있다. 특히 전 재산을 은행에 두고 이자로 경제생활을 하던 노인에게는 청천벽력의 사고처럼 다가왔다. 낮아진 이자로 생계가 힘들어 당장 일거리를 찾아내야 할 판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발만 구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회원국 중 가장 높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대책은 미미하다. 중장년의 주부는 물론이고 노인들도 취업전선으로 뛰어 나오는데 이들을 맞아줄 기업이 없다. 나이에 비해 튼튼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졌지만 나이가 정년퇴직 나이임을 내세운 곳은 그래도 낫다. 무조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서류조차 받지 않는 곳이 태반이고 그나마 진입장벽의 저항 없이 받아 주는 곳은 공공기관이다. 그러나 그곳의 일은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근무로 임금도 급여라고 볼 수 없이 적은 액수이다.

노인은 나이만 많이 먹은 늙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한평생을 각고의 노력으로 갈고 닦은 경험과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다. 과거에 비해 달라진 생활수준과 기술은 그들을 젊고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회전반을 지배해 그들의 입지를 강제로 빼앗고 있다.

노인들은 현대의 과학과 이론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것에 대답을 줄 수 있는 지혜를 줄 수 있다. 유난히 짧은 기업의 수명을 가진 우리나라와 비교될 만큼 장수기업이 많은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에서는 60, 70은 물론 80세 이상의 노인들도 저마다의 일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정정하게 기업의 한 축을 이뤄가며 자신이 평생 하던 일에 종사하며 그 기반 아래서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며 의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60은커녕 50부터 기업의 문을 두들기지 못한다. 두들기고자 해도 받아주는 기업도 없고 현재 종사자도 회사의 눈치만 보며 장차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힘은 분명 청년들의 힘과 다르다. 그러나 그들의 파워는 힘이 아닌 영향력이다. 무게가 실린 힘이 아닌 영향력이 실린 힘이다. 우리는 이미 100세 시대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의 형태로는 100세 시대를 소화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물론 기업의 마인드가 변해야 한다.

어제의 노인들은 이제 더 이상 노인이 아니다. 그들도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며 자신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달라진 세태를 충분히 적시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형식상의 대책으로 우리도 대응책을 가지고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눈가림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모두가 눈 돌리는 노인일자리 정책이 아닌 모든 고령자의 눈길을 끌어오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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